국내 자본시장에 큰 술렁임이 일고 있다. SK그룹 석유화학 계열사 SKC의 이름이 연이어 수면 위로 등장하면서다. SKC는 지난달 자회사 SK피유코어 매각에 착수한 데 이어 최근엔 또 다른 자회사 SK엔펄스의 핵심 사업부까지 시장에 내놨다. 예고된 사업 재편이긴 했지만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업계의 주목을 독차지하고 있다.
사운(社運)이 걸린 매각을 지휘하는 사령관이 최두환 경영지원부문장이다. 그는 지난 2021년부터 줄곧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고 있다. 그가 말하는 매각의 배경과 목적은 뭘까. 최 CFO는 11일 더벨과의 통화에서 "시장의 오해를 풀자면 SK피유코어 매각은 ISC 인수 때문이 아니다"라며 "이는 추가 인수합병(M&A)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SK피유코어 매각 통해 ISC 인수할 것이라는 건 오해"
지난 1년간 SKC 사업에 많은 내용이 바뀌었다. SKC는 더 이상 모태 사업인 필름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주력 사업인 화학 사업에 기대어 살지 않으려 한다. 대신 '이차전지·반도체 소재·친환경 소재' 사업으로 정체성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위해 비핵심 자산을 차례로 팔며 실탄을 쌓고 있다. 이를 위해 M&A 시장을 수차례 노크 중이다. 모태 사업인 필름 사업 부문을 지난해 매각해 1조6000억원을 쌓았고 올해도 폴리우레탄 원료사업 자회사인 SK피유코어와 반도체 소재·부품 자회사인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작업을 이끄는 최 CFO의 생각은 간단명료했다. 그는 "재무 안전성을 갖고 가면서 유동성 관리도 해야 하기 때문에 비핵심자산 유동화 혹은 자본 확충에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면서 "동박 투자나 이차전지 분야를 확장하는 투자는 외부 차입으로만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기업 ISC 인수와 관련해선 시장에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일각에선 SKC가 자회사 SK피유코어 매각을 통해 인수금액(5225억원)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ISC 인수는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등 반도체 사업 내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단행할 것이라는 게 최 CFO의 입장이다.
그는 "ISC 인수가 SK피유코어 재원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건 시장의 오해"라며 "확보해 둔 인수 재원과 SK엔펄스 내 일부 자산을 유동화하는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을 통해 인수 재원을 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피유코어 매각은 빅딜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
SKC가 국내 자본시장을 또 한 번 놀라게 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날 최 CFO는 또 한 번의 '빅딜(Big deal)'도 예고했다.
SKC는 최근 진행한 기업설명회(IR)에서 주력 사업인 화학 분야 목표 매출을 아예 뺐다. 차포를 다 뗀 상황에서도 전략적 큰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하는 만큼 대규모 M&A를 통한 신사업 발굴이 필수적이다.
그는 "ISC 인수를 M&A의 전부라고 말할 수 없다"라며 "사이즈가 작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M&A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우리만 원한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건 물론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M&A는 외부 조달에 대한 필요성에서 머물지 않고 재무 부담에 경고등까지 켤 수 있는 사안이라 기업 사정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 CFO는 앞서 언급했던 SK피유코어를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소환했다.
그는 "SK피유코어 매각은 (실사 중이라) 일단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매각이 진행돼서 재원이 마련되면 이를 빅딜을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으로 봐 달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매수자들은 SK피유코어를 SK피아이씨글로벌과 연계하는 식의 엑시트에 눈독 들이는 것으로 안다"며 "일단은 SK피아이씨글로벌까지 유동화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