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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프렌드십 포커스

SK네트웍스의 달라진 자사주 정책, 추가 소각 가능성은

②자사주 매입 전 소각하며 주주환원 확대, 남은 자사주 활용방안 주목

김위수 기자  2023-06-27 08:08:17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최신원 전 회장이 SK네트웍스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시절에도 주주환원 정책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SK네트웍스는 최 전 회장 재임 당시에도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입을 실시한 이력이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명목으로 한 자사주 취득이었다. 주주환원을 위한 최 전 회장 및 경영진의 고육지책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 전 회장의 아들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 역시 승진 직후 주주친화 명목으로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 사장은 자사주를 매입하기에 앞서 보유 중인 자사주 일부를 소각하며 주주환원에 대한 한층 강력해진 의지를 내비쳤다.

◇보상으로 다시 풀렸던 자사주

SK네트웍스는 2017년과 2020년 자사주를 매입한 이력이 있다. 이전까지 SK네트웍스는 별다른 자사주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 2017년에는 533억원을 들여 762만2000주의 자사주를 취득했고 2020년에는 1134억원을 투입해 2201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를 포함해 SK네트웍스가 보유하게 된 자사주의 수량은 보통주 2963만1946주, 우선주 4만3860주였다. 보통주 기준 SK네트웍스의 자사주 지분율은 11.9%에 달했다. SK네트웍스는 확보한 자사주를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대표이사 및 임직원에 대한 상여와 사외이사를 위한 보수 지급에 활용했다. SK네트웍스가 이를 위해 투입한 자사주는 41만594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이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줄어들어 주가가 부양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또한 기업이 주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 노력한다는 시그널을 주기에도 충분하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더라도 SK네트웍스의 과거 사례와 같이 임직원에 대한 상여 등으로 자사주를 지급하는 경우 주주환원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재무적 관점에서 자기주식 취득은 주주환원을 위한 수단으로 해석되고 실질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된다"면서도 "그런데 이는 취득한 자기주식이 처분되지 않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가 임직원과 사외이사에 대한 상여 및 급여로 지급한 자사주가 회사 보유 자사주 중 1%에 불과하기는 했다. 다만 SK네트웍스가 확보한 자사주를 활용한 보상 정책을 지난해부터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입만으로는 온전한 주가 부양 효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으로 관측된다.

◇달라진 SK네트웍스, 자사주 매입 전 소각부터

최 사장이 최고 경영진 반열에 오른 직후인 올 3월 SK네트웍스는 추가적인 자사주 정책을 발표했다. 올초 SK네트웍스의 주가가 최저치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던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10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8개월 이내에 매입 완료하겠다는 것이 SK네트웍스의 계획이었다.

주목할 점은 자사주 매입과 더불어 기존 보유 중이던 자사주 일부를 소각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주가부양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안이다.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 증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실제 SK네트웍스는 지난 4월 자사주 1240만9382주 소각을 완료했다. 이는 전체 SK네트웍스의 주식 중 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SK네트웍스의 주주친화 정책에 대한 의지도 반영됐겠지만 자사주 정책을 발표했던 시기 시장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금융당국은 일반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에 한창이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앞으로 SK네트웍스가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에 고삐를 죌지 주목된다. SK네트웍스에는 현재 8% 안팎의 자사주가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지난 3월 발표한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뚜렷한만큼 취득 중인 자사주의 상당 부분도 소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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