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전지사업본부(현 LG에너지솔루션)를 신설한 이후 수년간 군불만 떼던 분할을 2021년부터 추진, 이듬해 초 상장작업까지 마무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군 이래 최대규모 딜이라는 역사를 쓰며 화려하게 등판한다. 코스피 입성과 동시에 시총 100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쪼개기 상장과 허수 청약 등 여러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해당 콘텐트는 LG화학이 분할을 결정했을 때부터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기까지의 과정과 논란을 모두 다룬다.
2.1. 분할 검토펼쳐보기 접기
LG화학은 전지사업본부 분할을 꾸준히 검토했었다. 10여년 전인 2011년 말 전지사업부를 신설했을 때부터 이미 유가증권시장본부가 LG화학에 배터리사업 분사 추진 보도와 관련한 조회공시를 요구한 적이 있다. 2019년 말에는 LG화학이 분사작업을 위해 사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그러나 배터리사업이 적자를 지속하면서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웠다. 또 노동조합의 반대,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 등 변수가 잇달아 생긴 탓에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다시 분사 가능성이 고개를 든 것은 2020년 즈음이다.
3.4.3. 반대표 던진 국민연금펼쳐보기 접기
국민연금은 2020년 10월 27일 열린 제16차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에서 LG화학 전지사업부문 분할에 대한 주주총회 안건을 심의한 결과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수탁위는 분할계획의 취지와 목적에 공감하면서도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이 분할에 동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뜻밖의 결론을 내놨던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대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의 이의 제기로 LG화학의 분할 승인 여부는 안갯속에 빠졌다.
3.5. 주주총회 승인펼쳐보기 접기
예상과 달리 승부는 쉽게 끝났다. 2020년 10월 30일 LG화학 임시 주주총회에서 전지사업부문 물적분할안은 출석 주식 83.3%의 압도적 찬성률로 문턱을 통과했다.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63.7%가 분사 승인 안건에 찬성했다.
당시 LG화학 의결권 기준 주주구성은 ㈜LG 약 30%, 외국인 약 40%, 국민연금 약 10%, 국내 기관 및 개인주주 각 약 10% 수준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국민연금을 따라 반대표를 행사할 경우 분할안이 통과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이 있었으나 회사 측의 승리로 끝났다.
LG화학은 분할 결정 이후 주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분할 과정에서 주주분들의 일부 우려가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앞으로 전지사업을 세계 최고 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기존 석유화학, 첨단소재, 바이오 사업의 경쟁력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4.2. '안전' 강조한 첫 신년사펼쳐보기 접기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당시 사장은 2021년 1월 4일 신년사에서 신뢰와 안전을 유독 강조했다. 기업의 실적뿐만 아니라 생존과도 맞닿아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그는 “품질에 있어 성능을 포기하더라도 ‘안전성과 신뢰성’은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며 “시장 확대에 따라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안전성과 신뢰성 면에서 우리의 노력이 충분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0년 LG에너지솔루션 제조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에서 잇달아 화재가 발생하는 이슈가 있었던 만큼 채찍질이 필요하다는 반성의 결과로 여겨졌다.
그러면서도 배터리 성능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펼쳐질 무한경쟁에서 이기는 법은 간단하다”며 “소재와 공정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혁신 전지분야에서도 경쟁사보다 상품화의 시기나 제품의 완성도 면에서 앞서갈 수 있도록 도전적인 시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 본격화펼쳐보기 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1월 12일 주관사 선정을 위한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 IPO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NH투자증권, KB증권,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 8~9곳의 증권사가 입찰 제안을 받았다.
REP 내용은 시장의 예상과 다르게 평범했다. LG에너지솔루션 예상 밸류에이션과 리그테이블, 마케팅 전략 등 통상적인 질문만 포함됐다. 공모 흥행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였다는 평이다.
실제로 당시 업계에선 최소 10조원의 공모액을 점쳤다. 국내 IPO 시장에서 10조원 빅딜은 전례가 없었다. 그 전까진 2010년 5월 삼성생명이 코스피에 입성할 당시 모은 4조9000억원이 가장 규모가 큰 공모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5.3. 킥오프 미팅펼쳐보기 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2월 초 주관사단과 킥오프 미팅을 진행, 상장 일정 전반에 대한 전략을 논의했다. 미팅에는 각 주관사 실무진들이 대거 참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킥오프 미팅에서 속도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아니지만 원하는 때에 공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서둘러 달라고 주문했다.
5.7. 상장 예비심사 통과펼쳐보기 접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심사위원회를 열고 LG에너지솔루션 주권에 대한 상장예비심사를 진행한 결과 상장 적격을 확정했다고 2021년 12월 30일 밝혔다.
6.1. 70조 밸류 산출펼쳐보기 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예비심사 승인 약 일주일만인 2021년 12월 7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공모 계획에 따르면 공모주식수는 4250만주이며 공모구조는 신주모집(3400만주) 80%와 구주매출(850만주) 20%로 나눴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25만7000원에서 30만원 (액면가 500원)을 제시했다. EV/EBITDA 방식을 적용해 단가 밴드를 산정했으며밴드를 토대로 조정한 최종 상장 밸류는 최대 70조원이다.
이에 따라 전체 공모액은 10조9225억에서 최대 12조75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구주매출 규모가 2조1845억~2조5500억원, 신주모집 규모는 8조7380억~10조2000억원이다. 구주매출분의 경우 모회사인 LG화학이 전략 매출하고 지분율이 100%에서 81.8%로 낮아지는 형태였다.
6.2. 밸류 산정 근거펼쳐보기 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2차전지가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라는 점에서 EV/EBITDA 평가모형을 선택했다. 대규모 감가상각비 발생에 따른 경제적 이익과 기업가치의 괴리를 어느 정도 보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EV/EBITDA를 비교할 피어그룹(peer group)은 삼성SDI와 CALT 2곳으로 추렸다. SK이노베이션과 중국 Guoxuan은 2020년 EBITDA가 5억달러 미만었기 때문에 피어그룹에서 빠졌다. 전체 매출에서 2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미만인 BYD와 Panasonic도 배제했다.
삼성SDI와 CALT의 시가총액, 순차입금, 영업이익, 감가상각비 등을 토대로 EV/EBITDA 배수를 셈했으며 영업이익과 감가상각비는 2021년 3분기 누적 수치를 연환산한 값을 적용했다. 산정 결과 삼성SDI 22.0배, CALT 80.7배의 EV/EBITDA 멀티플이 나왔다. 두 수치를 단순 합산한 평균 EV/EBITDA는 51.4배다.
2021년 LG에너지솔루션의 연환산 기준 EBITDA는 2조3175억원으로 계산됐으며 여기에 51.4배를 곱하면 합산 기업가치가 약 119조원이다. 이 가치에서 순차입금과 비지배지분 7조원을 차감해 112조2000억원의 평가 시가총액을 산출했다.
시가총액 112조2000억원을 공모 후 발행주식 총수 2억3400만주로 나눈 주당 단가는 47만9500원이다. 여기에 할인율 37.4~46.4%를 적용해 최종 공모가 밴드 25만7000원~30만원을 산출했다.
7.1. 수요예측 대흥행펼쳐보기 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1월 14일 공모주 수요예측 집계치를 발표했다. 정산 결과 유가증권시장 사상 최고 공모주 경쟁률을 기록했다. 모집 수량의 2000배가 넘는 472억9631만7261주의 주문이 들어왔으며 전체 주문액은 1경5200조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IPO 시장에서 공모 입찰이 시작된 이래 1경원이 넘는 주문을 받은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었다. 최종 경쟁률은 2023대 1을 기록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수요예측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로 2021년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기록한 1883대 1을 가뿐히 넘겼다. 사상 최초의 2000대 1 돌파라는 기념비적 성과도 달성했다.
입찰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제시한 공모가 밴드가 실제 기업가치를 크게 밑돈다고 봤다. 수요예측 참여 주식수의 약 80%가 밴드 최상단보다 높은 가격을 불렀고 밴드 상단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기관은 1곳도 없었다. 짧게는 15일부터 길게는 6개월까지 자발적으로 의무 보유를 확약한 투자자도 약 77%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공모가를 밴드 최상단인 30만원으로 확정, 총 공모액은 12조7500억원으로 정해졌다. LG화학의 구주 매출분을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에 실질적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10조2000억원이었다.
7.3. 상장 직후 하락세펼쳐보기 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이틀째인 2021년 1월 28일 전일대비 5만5000원(10.89%) 하락한 45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하루 새 시가총액 13조원이 줄었다. 이후로도 연일 내림세가 계속됐다. 약 한 달 만인 2021년 2월 28일에는 종가가 41만2천원으로 상장 후 최저가를 보였다. 공모주를 배정받은 기관 투자자가 보유한 물량 중 1개월 의무보유 확약이 걸린 175만471주(7.5%)의 보호예수(락업)가 이날 해제되면서 매도압력이 악영향을 미쳤다.
2022년 3월 코스피200지수 편입이 예정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공매도 대상 종목이 된 점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국내 금융 시장에서 공매도는 코스피200 종목에 한해 가능한데시세차익을 위한 공매도가 활발해질 경우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8.2.1. 규제 표적된 물적분할펼쳐보기 접기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당일(2022년 1월 27일) LG화학 주가는 장중 60만5000원까지 밀리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분할 당시부터 있었던 LG화학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더 거세진 배경이다.
주주들은 알짜 자회사를 떼어나 상장시켜서 모회사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며 정부와 여야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IPO를 계기로 물적분할은 규제 표적이 됐으며 다른 기업의 분할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2022년 9월 4일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2022년 9월 5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상장회사 물적분할에 대해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 상장시 거래소가 주주 의견수렴, 주주와의 소통 등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노력이행 여부를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 자회사 상장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