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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분할 상장

고진영 기자  2023-06-26 08:34:25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목차

1. 개요

2. 10년 만의 분할

2.1. 분할 검토

2.2. 분할 임박

2.3. 분할 결정

3. 분할 관련 이슈

3.1. 왜 물적분할인가

3.2. 주주 반발

3.3. 의견 갈린 의결권자문사

3.4. 국민연금의 고민

     3.4.1. 찬성에 쏠린 예측

     3.4.2. 의견 수렴

     3.4.3. 반대표 던진 국민연금

3.5. 주주총회 승인

4. LG에너지솔루션 출범

4.1. 초대 이사회

4.2. '안전' 강조한 첫 신년사

5. 상장 준비작업

5.1. 본격화

5.2. 주관사 선정

5.3. 킥오프 미팅

5.4. 패스트트랙 없는 코스피행 결정

5.5. 예비심사 청구

5.6. 권영수 부회장 부임

5.7. 상장 예비심사 통과

5.8. 역대급 인수단

6. 밸류에이션

6.1. 70조 밸류 산출

6.2. 밸류 산정 근거

6.3. 우리사주조합 2.5조 우선배정

7. 코스피 상장

7.1. 수요예측 대흥행

7.2. '따상' 불발

7.3. 상장 직후 하락세

8. 상장이 낳은 논란

8.1. '허수 주문'

8.2. 쪼개기 상장

     8.2.1. 규제 표적된 물적분할

     8.2.2. LG화학 '추가 분사 없다' 약속

최초 문서 작성일 : 2023년 6월 23일


1. 개요접기


LG화학은 전지사업본부(현 LG에너지솔루션)를 신설한 이후 수년간 군불만 떼던 분할을 2021년부터 추진, 이듬해 초 상장작업까지 마무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군 이래 최대규모 딜이라는 역사를 쓰며 화려하게 등판한다. 코스피 입성과 동시에 시총 100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쪼개기 상장과 허수 청약 등 여러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해당 콘텐트는 LG화학이 분할을 결정했을 때부터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기까지의 과정과 논란을 모두 다룬다.

2. 10년 만의 분할


2.1. 분할 검토접기


LG화학은 전지사업본부 분할을 꾸준히 검토했었다. 10여년 전인 2011년 말 전지사업부를 신설했을 때부터 이미 유가증권시장본부가 LG화학에 배터리사업 분사 추진 보도와 관련한 조회공시를 요구한 적이 있다. 2019년 말에는 LG화학이 분사작업을 위해 사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그러나 배터리사업이 적자를 지속하면서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웠다. 또 노동조합의 반대,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 등 변수가 잇달아 생긴 탓에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다시 분사 가능성이 고개를 든 것은 2020년 즈음이다.

2.2. 분할 임박접기


LG화학은 당시 배터리사업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애초 LG화학은 폭스바겐·GM·볼보 등을 주요 거래처로 일찌감치 확보한 이후 경쟁사들로부터 우위를 지키는 데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완성차업체 등과 협업에 나설 경우 기술력 유출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2019년 초 중국지리자동차와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약속하더니 같은 해 말 미국 GM사와 함께 JV 설립에 합의한다. 2020년 6월에는 현대·기아차와 공동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 유망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보수적이고 독자적이던 경영스타일에서 협업을 중시하는 기조로 방향을 튼 셈이다. 배터리사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판단이었다.


체제 전환의 원인을 재무 상태에서 찾는 시선도 있었다. LG화학은 배터리사업을 위해 공격적으로 자금을 풀면서 총차입금이 2년간 3배 가까이 증가, 2019년 8조4000억원을 넘긴 상태였다. 재무적 부담이 감지되자 업계 일각에서는 LG화학이 연기됐던 배터리사업 분사와 기업공개(IPO)를 재개할 것이란 추측이 고개를 들었다.

차동석
(사진)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020년 2월 컨퍼런스콜에서 "전지사업 분사에 대해서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이야기한 것 역시 분사가 본격화할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다만 그는 동시에 "각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결정을 미뤘다.




2.3. 분할 결정접기


LG화학은 2020년 9월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전지사업부 분할 안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방식은 물적분할을 택했다. 존속회사가 분할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며, 존속회사는 상장법인으로 남고 분할회사는 비상장회사로 설립되는 형태다.

구체적으로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새로 발행하는 2억주를 모두 취득해 100% 지분을 확보했다. 1주당 금액은 500원, 총 1000억원이 신설법인의 자본금으로 설정됐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약 7:3의 자산비율로 나뉘었다. LG화학이 24조7275억원, LG에너지솔루션이 10조2552억원을 차지한 방식이다.

차입금의 경우 5조3120억원 가운데 40%인 2조815억원이 LG에너솔루션에 배정됐다. 자본규모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보다 3배 가까이 크지만 차입금은 비슷하게 나눴다. 눈에 띄는 것은 현금성자산의 배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분할 전 현금 2조3000억원 중 80%에 달하는 1조8000억원을 챙긴 반면 LG화학은 5000억원을 가지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순차입금이 3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상태로 출범했다. LG화학이 배터리 투자금 확보를 위해 분사를 결정한 만큼 LG에너지솔루션에 대량의 현금을 배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3. 분할 관련 이슈


3.1. 왜 물적분할인가접기


분사설이 떠오를 때부터 시장에서는 분할 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LG화학 내부에서도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두 가지 방안을 두고 고민 끝에 물적분할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해진다. 물적분할은 분할하는 주체(LG화학)가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형식의 분할이다. '㈜LG → LG화학 → LG에너지솔루션'의 수직적 지배구조가 만들어진다.

반면 인적분할은 분할되는 회사(LG화학)의 주주들이 지분율 대로 신설법인의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신설법인의 주주구성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LG가 LG화학과 LG배터리의 지분을 똑같이 소유하는 수평적 분할이라고 할 수 있다.

LG화학은 원활한 자금 확보를 위해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했다는 평이다. 물적분할의 경우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되기 때문에 일부 지분을 매각하거나 IPO를 통해 외부자금을 끌어오더라도 지배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덜했다. 무엇보다 지주사 ㈜LG가 보유한 LG화학 지분율에 변화가 없어 기존과 동일한 지배력 행사가 가능했다.

인적분할 방식은 LG화학이 이미 상장사이기 때문에 분할 이후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변경 상장절차를 통해 재상장이 가능하고 빠른 시일 내 시장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투자금을 유치하려면 지분 희석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상존했다. 또 인적분할의 경우 ㈜LG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30.06%만 확보할 수 있어서 상장 후 신주, 전환사채 등을 발행할 경우 지분율이 20%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3.2. 주주 반발접기


LG화학의 배터리 분사 결정은 거센 주주 반발을 낳았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았다. 배터리사업을 보고 투자했는데 물적분할 이후 상장을 추진하면 기존 주주들의 가치는 희석될 것이 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물적분할인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사업 실적이 모회사에도 반영된다고 설득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주주들은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직접 보유할 수 있는 인적분할을 원했다.

투자자들과의 소통에도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LG화학이 분할 결정을 오후 1시 공시한 뒤 오후 4시 컨퍼런스콜을 열었으나 대상이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로 한정됐던 탓이다. 물적분할 발표를 전후해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가 비교적 차분했던 반면 개인 투자자의 패닉셀이 이어졌던 것 역시 정보 부족이 이유였다는 분석이다.

불만이 가라앉지 않자 LG화학은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분할안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2주 앞두고 2020년 10월 14일 신규 배당정책을 발표했다. △분사 전과 동일한 배당재원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연결 재무제표 당기 순이익 기준 30% 이상의 배당성향 지향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보통주 1주당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 등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당시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전기차시대 도래로 배터리사업은 엄청난 성장이 예상되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사업부 분할을 결정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분사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기존 사업에도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며 “주주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3.3. 의견 갈린 의결권자문사접기


LG화학 분사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자문사들이 줄지어 의견을 표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글래스루이스, 그리고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 대부분이 찬성의견을 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의 경우 LG화학이 물적분할을 결정한 점에 대해 일정수준의 정당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물적분할 이후 상장을 실시할 경우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LG화학이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점을 고려해 '찬성' 의견을 권고했다.

반면 서스틴베스트는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던졌다. 이론상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모회사의 주주가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모회사 디스카운트 현상이 종종 발생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서스틴베스트는 최근(당시 기준) 5년간 자회사를 상장시킨 국내 상장회사 72개사를 분석했다. 이중 이미 상장된 다른 자회사가 있는 26개사를 제외하고 1개의 상장자회사만 보유한 44개사를 대상으로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따졌다.

이 회사들의 물적분할 후 모회사와 자회사의 시가총액 증가율 차이를 통해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추정했으며, 결과는 -10.4%로 유의미한 수준이 도출됐다. 서스틴베스트는 이 같은 디스카운트를 고려할 때 LG화학의 배당정책은 주주가치 훼손을 상쇄하기 부족하다고 판단, 인적분할 방식이 더 낫다고 권고했다. 물적분할의 경우 소액주주가 물적분할 자회사 경영활동에 대한 통제권을 잃게 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3.4. 국민연금의 고민


3.4.1. 찬성에 쏠린 예측접기


2대주주 국민연금은 LG화학의 물적분할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Casting Vote)'로 꼽혔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LG화학 지분에는 직접투자한 지분과 위탁운용사가 일임으로 투자한 지분이 섞여 있었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지 않고 당시 보유 중이던 LG화학 지분 10.28%(2023년 6월 기준 7.45%)에 대해 온전히 의결권을 행사했다.

앞서 ISS 등 글로벌자문사와 KCGS가 찬성 권고를 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같은 방향으로 기울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안을 따르는 일치율은 9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KCGS의 찬성 권고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지침은 36조에서 '회사분할 및 분할합병'에 대한 지침을 명시하고 있는데, 1항에 주주가치의 훼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3.4.2. 의견 수렴접기


국민연금은 임시주총 나흘 전인 2020년 10월 26일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이 개최한 'LG화학 물적분할:지주사 디스카운트와 구제수단' 세미나에 참석했다. 당시 국민연금 관계자는 개인자격으로 참석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수탁자책임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국민연금이 의견 청취에 나섰다고 봤다.
2020년 10월 26일 KCGF가 'LG화학 물적분할:지주사 디스카운트와 구제수단' 세미나를 개최했다.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LG화학 물적분할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분할 의도를 두고 지배주주가 비지배주주의 회사 통제권을 박탈하기 위한 행위라고 해석했다.

반면 토론자로 나선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선 물적분할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LG화학이 지배구조 강화 목적이 아닌 경영효율을 위해 물적분할을 택했을 것이란 의견이다. 다만 안 본부장 역시 LG화학이 내놓은 주주환원책은 미흡하다는 데 동의했다.

3.4.3. 반대표 던진 국민연금접기


국민연금은 2020년 10월 27일 열린 제16차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에서 LG화학 전지사업부문 분할에 대한 주주총회 안건을 심의한 결과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수탁위는 분할계획의 취지와 목적에 공감하면서도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이 분할에 동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뜻밖의 결론을 내놨던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대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의 이의 제기로 LG화학의 분할 승인 여부는 안갯속에 빠졌다.

3.5. 주주총회 승인접기


예상과 달리 승부는 쉽게 끝났다. 2020년 10월 30일 LG화학 임시 주주총회에서 전지사업부문 물적분할안은 출석 주식 83.3%의 압도적 찬성률로 문턱을 통과했다.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63.7%가 분사 승인 안건에 찬성했다.

당시 LG화학 의결권 기준 주주구성은 ㈜LG 약 30%, 외국인 약 40%, 국민연금 약 10%, 국내 기관 및 개인주주 각 약 10% 수준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국민연금을 따라 반대표를 행사할 경우 분할안이 통과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이 있었으나 회사 측의 승리로 끝났다.

LG화학은 분할 결정 이후 주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분할 과정에서 주주분들의 일부 우려가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앞으로 전지사업을 세계 최고 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기존 석유화학, 첨단소재, 바이오 사업의 경쟁력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4. LG에너지솔루션 출범


4.1. 초대 이사회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1일 공식 출범했다. 당시 김종현 대표이사 사장 외에 이창실 전무(사진)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사내이사에 포함됐다. 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하범종 ㈜LG 부사장(현재 사장)이 예상대로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라 4인 이사회 체제가 꾸려졌다. 그중 2명이 재무통이었다는 점에서 재무라인에 힘을 실어주는 기조가 읽혔다.

이창실 부사장은 2019년 LG전자에서 LG화학으로 영입된 인물이다. LG전자 CFO부문 인도 경영관리팀장(상무), CFO부문 사업개발담당(상무)을 지냈다. 생산·재무·해외 업무뿐만 아니라 IR 및 M&A도 지휘했던 경험이 있다.

하범종 사장의 경우 2018년 LG그룹에서 구광모 회장 체제가 시작된 뒤 첫 CFO로 낙점됐고 1년 만인 2019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G화학에 오래 근무했던 경험도 있다. LG화학에서 재무관리팀 상무, 정도경영담당 상무, 재무관리팀장(전무)을 지냈다. 이사회 절반을 재무 전문가로 채운 것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염두에 둔 의도로 해석됐다.

4.2. '안전' 강조한 첫 신년사접기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당시 사장은 2021년 1월 4일 신년사에서 신뢰와 안전을 유독 강조했다. 기업의 실적뿐만 아니라 생존과도 맞닿아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그는 “품질에 있어 성능을 포기하더라도 ‘안전성과 신뢰성’은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며 “시장 확대에 따라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안전성과 신뢰성 면에서 우리의 노력이 충분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0년 LG에너지솔루션 제조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에서 잇달아 화재가 발생하는 이슈가 있었던 만큼 채찍질이 필요하다는 반성의 결과로 여겨졌다.

그러면서도 배터리 성능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펼쳐질 무한경쟁에서 이기는 법은 간단하다”며 “소재와 공정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혁신 전지분야에서도 경쟁사보다 상품화의 시기나 제품의 완성도 면에서 앞서갈 수 있도록 도전적인 시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 상장 준비작업


5.1. 본격화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1월 12일 주관사 선정을 위한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 IPO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NH투자증권, KB증권,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 8~9곳의 증권사가 입찰 제안을 받았다.

REP 내용은 시장의 예상과 다르게 평범했다. LG에너지솔루션 예상 밸류에이션과 리그테이블, 마케팅 전략 등 통상적인 질문만 포함됐다. 공모 흥행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였다는 평이다.

실제로 당시 업계에선 최소 10조원의 공모액을 점쳤다. 국내 IPO 시장에서 10조원 빅딜은 전례가 없었다. 그 전까진 2010년 5월 삼성생명이 코스피에 입성할 당시 모은 4조9000억원이 가장 규모가 큰 공모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5.2. 주관사 선정접기


사상 초유의 초대형 IPO였던 만큼 대표주관 경쟁이 치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1월 21~22일 이틀간 국내외 주관사 후보군을 대상으로 상장제안서 설명회를 열었고 후보별로 1시간 정도 프레젠테이션(PT)이 이뤄졌다.

결과는 2021년 1월 28일 통보했으며 국내 대표주관사는 KB증권, 외국계 대표주관사는 모간스탠리로 정해졌다. 또 국내에선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외국계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공동주관을 맡았다.

PT에 참여했던 모든 증권사과 주관사단으로 편성된 셈이다. 당초 6개(국내 3, 해외 3) 주관사단이 예상됐지만 최종 7개사로 확대됐다. 7곳의 국내외 IB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를 평균 90조원 수준으로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IPO를 위한 법률 자문사로는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이 선정됐다.

5.3. 킥오프 미팅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2월 초 주관사단과 킥오프 미팅을 진행, 상장 일정 전반에 대한 전략을 논의했다. 미팅에는 각 주관사 실무진들이 대거 참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킥오프 미팅에서 속도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아니지만 원하는 때에 공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서둘러 달라고 주문했다.

5.4. 패스트트랙 없는 코스피행 결정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논의 초기단계부터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었다.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일부 증권사들도 패스트트랙을 통한 상장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정 이후 논의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부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내부적 판단이 있었다.

패스트트랙 요건은 자기자본 4000억원, 매출 최근 사업연도 7000억원(3년 평균 5000억원), 최근 사업연도 세전 이익 300억원(매 사업연도 이익실현과 3년 합계 이익 600억원) 이상 등이다.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자본이나 매출 기준에선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으나 이익 실현 관련 요건이 걸림돌이 됐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21년 8월~10월을 두고 저울질하던 상장 시기는 다소 늦춰졌다.

5.5. 예비심사 청구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6월 8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코스피 입성을 위한 적정 밸류에이션 논의에 들어갔다.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거래소 승인 후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 제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및 공모가 확정 △일반 청약 절차를 거쳐 △연내 신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 피어그룹을 씨에이티엘(CATL), 삼성SDI, 비야디(BYD), 파나소닉 등 국내외 배터리사 4곳으로 정했다고 전해진다.

앞서 시장에선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 리콜 이슈, 완성차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 등 각종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IPO 신중론이 돌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몸값을 제대로 책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회사 측은 강행을 선택했다. 자신감의 표현이자, 신속한 자금조달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5.6. 권영수 부회장 부임접기


상장을 앞두고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11월 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의 새 대표이사(CEO)로 선임했다. 그는 직전까지 ㈜LG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내면서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의 이사회 의장도 겸직했으나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동함과 동시에 다른 직책은 모두 내려놨다.

권영수 부회장(사진)의 등장은 의미가 상당했다. 그가 2010년대 LG그룹 배터리사업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전지사업 개화기에 앞장섰으며, 아우디와 다임러 등 글로벌 유수의 완성차업체로부터 수주를 받아내면서 배터리 고객사를 확대하기도 했다.

그룹의 대표적 재무통으로 꼽힌다. 1957년생으로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1979년 금성사(현 LG전자) 기획팀으로 입사해 2006년 LG전자에서 재경부문장 사장직에 임명됐다.

이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거쳐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 본부장(사장)에 올랐으며 2016년 부회장 승진과 함께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구광모 회장이 부임한 2018년에는 ㈜LG 부회장에 올라 사실상 2인자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룹 실세격 인물이 다시 계열사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던 셈이다.

회사 측은 "사업적으로 중요한 전환기에 고객과 시장에 신뢰를 주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권영수 부회장은 선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5.7. 상장 예비심사 통과접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심사위원회를 열고 LG에너지솔루션 주권에 대한 상장예비심사를 진행한 결과 상장 적격을 확정했다고 2021년 12월 30일 밝혔다.

5.8. 역대급 인수단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미래에셋증권과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4개 하우스를 인수사로 결정했다. 기존 주관사단 7곳에 더해 역대 최고 규모의 인수단이 꾸려졌다. 2010년 삼성생명 IPO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삼성생명의 경우 주관사 5곳에 인수사 6곳 등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총 11개 하우스가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6. 밸류에이션


6.1. 70조 밸류 산출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예비심사 승인 약 일주일만인 2021년 12월 7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공모 계획에 따르면 공모주식수는 4250만주이며 공모구조는 신주모집(3400만주) 80%와 구주매출(850만주) 20%로 나눴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25만7000원에서 30만원 (액면가 500원)을 제시했다. EV/EBITDA 방식을 적용해 단가 밴드를 산정했으며밴드를 토대로 조정한 최종 상장 밸류는 최대 70조원이다.

이에 따라 전체 공모액은 10조9225억에서 최대 12조75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구주매출 규모가 2조1845억~2조5500억원, 신주모집 규모는 8조7380억~10조2000억원이다. 구주매출분의 경우 모회사인 LG화학이 전략 매출하고 지분율이 100%에서 81.8%로 낮아지는 형태였다.

6.2. 밸류 산정 근거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2차전지가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라는 점에서 EV/EBITDA 평가모형을 선택했다. 대규모 감가상각비 발생에 따른 경제적 이익과 기업가치의 괴리를 어느 정도 보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EV/EBITDA를 비교할 피어그룹(peer group)은 삼성SDI와 CALT 2곳으로 추렸다. SK이노베이션과 중국 Guoxuan은 2020년 EBITDA가 5억달러 미만었기 때문에 피어그룹에서 빠졌다. 전체 매출에서 2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미만인 BYD와 Panasonic도 배제했다.

삼성SDI와 CALT의 시가총액, 순차입금, 영업이익, 감가상각비 등을 토대로 EV/EBITDA 배수를 셈했으며 영업이익과 감가상각비는 2021년 3분기 누적 수치를 연환산한 값을 적용했다. 산정 결과 삼성SDI 22.0배, CALT 80.7배의 EV/EBITDA 멀티플이 나왔다. 두 수치를 단순 합산한 평균 EV/EBITDA는 51.4배다.

2021년 LG에너지솔루션의 연환산 기준 EBITDA는 2조3175억원으로 계산됐으며 여기에 51.4배를 곱하면 합산 기업가치가 약 119조원이다. 이 가치에서 순차입금과 비지배지분 7조원을 차감해 112조2000억원의 평가 시가총액을 산출했다.

시가총액 112조2000억원을 공모 후 발행주식 총수 2억3400만주로 나눈 주당 단가는 47만9500원이다. 여기에 할인율 37.4~46.4%를 적용해 최종 공모가 밴드 25만7000원~30만원을 산출했다.

6.3. 우리사주조합 2.5조 우선배정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관련법에 따라 전체 공모주식수 4250만주 가운데 20%인 850만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배정했다. 공모가 희망밴드(25만7000원~30만원) 기준으로 2조1845억~2조5500억원에 달했다. 2021년 최대어로 꼽히던 크래프톤(공모액 4조3098억원) 우리사주조합 최초배정액(9650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2021년 3분기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 전체 정규직 직원수(9123명)를 적용해보면 인당 평균 2억3944만~2억7951만원 규모를 청약할 수 있는 물량이었다.

7. 코스피 상장


7.1. 수요예측 대흥행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1월 14일 공모주 수요예측 집계치를 발표했다. 정산 결과 유가증권시장 사상 최고 공모주 경쟁률을 기록했다. 모집 수량의 2000배가 넘는 472억9631만7261주의 주문이 들어왔으며 전체 주문액은 1경5200조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IPO 시장에서 공모 입찰이 시작된 이래 1경원이 넘는 주문을 받은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었다. 최종 경쟁률은 2023대 1을 기록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수요예측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로 2021년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기록한 1883대 1을 가뿐히 넘겼다. 사상 최초의 2000대 1 돌파라는 기념비적 성과도 달성했다.

입찰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제시한 공모가 밴드가 실제 기업가치를 크게 밑돈다고 봤다. 수요예측 참여 주식수의 약 80%가 밴드 최상단보다 높은 가격을 불렀고 밴드 상단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기관은 1곳도 없었다. 짧게는 15일부터 길게는 6개월까지 자발적으로 의무 보유를 확약한 투자자도 약 77%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공모가를 밴드 최상단인 30만원으로 확정, 총 공모액은 12조7500억원으로 정해졌다. LG화학의 구주 매출분을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에 실질적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10조2000억원이었다.

7.2. '따상' 불발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1월 27일 코스피에 신규 상장했다. 시초가는 59만7000원을 기록했으며 9만2000원(15.41%) 내린 50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공모가(30만원)와 비교하면 68.3% 상승해 시가총액 118조원을 찍었다. 다만 시장이 기대했던 '따상'엔 실패했다.

장중 외국인이 8700억원어치를 팔아 치운 반면 기관은 1조50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는데 특히 연기금이 1조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의무보유 확약을 걸지 않고 기관 배정을 받은 외국인들이 상장 직후 줄매도했고 기관이 이 물량을 받아낸 것으로 분석됐다.

7.3. 상장 직후 하락세접기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이틀째인 2021년 1월 28일 전일대비 5만5000원(10.89%) 하락한 45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하루 새 시가총액 13조원이 줄었다. 이후로도 연일 내림세가 계속됐다. 약 한 달 만인 2021년 2월 28일에는 종가가 41만2천원으로 상장 후 최저가를 보였다. 공모주를 배정받은 기관 투자자가 보유한 물량 중 1개월 의무보유 확약이 걸린 175만471주(7.5%)의 보호예수(락업)가 이날 해제되면서 매도압력이 악영향을 미쳤다.

2022년 3월 코스피200지수 편입이 예정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공매도 대상 종목이 된 점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국내 금융 시장에서 공매도는 코스피200 종목에 한해 가능한데시세차익을 위한 공매도가 활발해질 경우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8. 상장이 낳은 논란


8.1. '허수 주문'접기


LG에너지솔루션 IPO는 고평가 논란과 함께 제도적 허점에 대한 논란을 낳았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1경50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몰렸지만 착시효과라는 비판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컴플라이언스를 적용하는 해외 기관투자자와 달리 국내 기관투자자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실제로 소화할 수 있는 물량보다 더 많은 물량을 적어내는 최고한도 베팅이 관행처럼 잦았다. 적어내는 금액이 참여자의 인수 의지로 직결되는 만큼 주관사에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 IPO처럼 경쟁률이 수천대 1을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2000주를 적어내도 실제 받을 수 있는 기대 수량이 1주에 불과해진다. 단순 계산으로 10조원을 적어내도 매입자금은 50억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자기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한 기관이 LG에너지솔루션 수요에측에서 최대 주문금액인 9조5626억원을 부르기도 했다. 이런 경우 공모가뿐 아니라 시초가에 거품이 끼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에 피해가 돌아간다.

허수성 청약이 가능했던 이유는 기관투자자의 주문금액에 대해 별다른 제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은 공모주 배정금액만 투자신탁 자산총액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허수 주문을 넣더라도 실제로 그 주문만큼 배정을 받지 않게 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시장이 호황기를 맞이할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이었는데 LG에너지솔루션 IPO가 다시 불을 지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직후 금융당국은 관련 제도 손질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2022년 12월 16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가 공동으로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을 공개한다. 또 2023년 4월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금융투자업규정'과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및 '대표주관업무 등 모범기준'을 개정했다.

8.2. 쪼개기 상장


8.2.1. 규제 표적된 물적분할접기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당일(2022년 1월 27일) LG화학 주가는 장중 60만5000원까지 밀리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분할 당시부터 있었던 LG화학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더 거세진 배경이다.

주주들은 알짜 자회사를 떼어나 상장시켜서 모회사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며 정부와 여야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IPO를 계기로 물적분할은 규제 표적이 됐으며 다른 기업의 분할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2022년 9월 4일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2022년 9월 5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상장회사 물적분할에 대해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 상장시 거래소가 주주 의견수렴, 주주와의 소통 등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노력이행 여부를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 자회사 상장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겼다.

8.2.2. LG화학 '추가 분사 없다' 약속접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2022년 2월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분사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배터리 사업은 시장의 빠른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연간 수조원 이상의 투자 부담이 엄청나 리더십 확보를 위해서는 분할 상장이 거의 유일한 옵션이었다"며 "이와 달리 첨단소재나 생명과학은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LG화학의 자체 투자 여력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분사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LG화학이 분사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지사업본부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 말끔하게 독립한 데서 알 수 있듯 LG화학은 석유화학·첨단소재·생명과학 등 사업본부들이 이미 독립된 회사처럼 운영되고 있다.
  • [1] LG화학은 연결 기준 총차입금이 2017년 말 3조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말 5조3211억원, 2019년 말 8조4143억원, 2020년 말 10조1861억원을 기록해 매년 증가했다. 2022년 말 기준 연결 총차입금은 15조9645억원이다.
  • [2] 당시 10월 30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뒤 12월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 [3] 2019년 인적분할을 진행한 두산이 대표적 사례다. 두산은 소재사업과 연료전지사업을 떼어내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와 두산퓨얼셀을 각각 설립했다. 거래정지 전 분할비율에 따른 시총은 두산솔루스 742억원, 두산퓨얼셀 1329억원이었으나 이후 조단위로 가치가 올랐다.
  • [4] LG화학은 2022년을 마지막으로 이 약속을 무사히 이행했다. 이 기간 평균 배당성향은 74.3%를 기록했다.
  • [5] LG화학은 3년간(2020년~2022년) 보통주 1주당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 배당성향 30% 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서스틴베스트는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감안하면 최소 10% 이상의 배당수익률, 최소 1주당 5만원 이상의 현금배당이 실시돼야 주주가치훼손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 [6] 국민연금은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찬반을 결정할 때 의결권자문사의 의안분석 보고서를 참고하며, 자문을 제공하는 곳은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다. 국내 투자주식에 대해서는 KCGS의 권고안을 주로 참고하고 있다.
  • [7] 이는 서스틴베스트의 의견과 일맥상통하며, 서스틴베스트는 반대 권고에 앞서 이 교수의 논문 등을 참고했다.
  • [8] 회사의 분할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발행주식 총주의 3분의 1 이상, 출석한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 [9] 2023년 6월 현재 대표이사는 권영수 부회장으로 교체됐다.
  • [10] 2023년 6월 현재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 CFO 겸 CSO로 있으며 2022년 11월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11] 2023년 6월 현재는 신학철 부회장, 하범종 사장이 LG에너지솔루션 기타비상무이사에 포함돼 있지 않으며 권봉석 ㈜LG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다.
  • [12] SK IET 주관사단이었던 미래에셋대우, JP모간, 한국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는 배제됐다. 정보유출과 이해상충 우려가 있었던 탓이다.
  • [13] 분할 결정 당시 거론됐던 50조원 기업가치(밸류)에 전체 주식의 20%를 공모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온 수치다.
  • [14] 한국거래소는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예비심사 기간을 45영업일에서 30영업일로 간소화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 [15] LG화학 전지사업부는 2017년 영업이익 290억원, 2018년 영업이익 2090억원을 냈지만 2019년에는 영업손실 4543억원을 냈다. 당시 ESS 화재 관련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한 영향이 컸다.
  • [16] 2023년 6월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 [17] EV/EBITDA는 기업가치(EV)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다. 감가상각과 같은 비현금성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기업이 밸류에이션을 할 때 주로 사용한다.
  • [18] 이후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는 밴드 최상단인 30만원, 총 공모액은 12조7500억원으로 정해졌다.
  • [19]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 친화적인 단가 산정을 위해 높은 할인율을 적용했다고 봤다. 2021년 하반기 코스피에 입성한 카카오페이, 일진하이솔루스, 아주스틸, 롯데렌탈 가운데 할인율 밴드 하단을 30% 이상으로 제시한 곳은 없었다.
  • [20] 따상은 따블+상한가의 준말이다. 신규로 상장된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의 두배로 시초가를 형성하고, 가격 상승률 제한폭인 30% 올라 마감하는 것을 뜻한다.
  • [21] 국내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인 2337만5000주 가운데 58.3%인 1362만9028주가 의무보유 확약을 했다. 하지만 외국인 물량 중 의무보유확양 비율은 27.1%에 불과했다.
  • [22]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는 참여금액이 주금납입능력을 초과하여서는 안되고, 주관회사는 주금납입능력을 초과하는 기관투자자에 대하여 배정을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2023년 7월 1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공개부터 적용된다.
  • [23] 포스코는 2021년 12월 10일 철강사업부문 물적분할을 결정했는데 2022년 1월 4일 회사분할결정에 대한 정정공시를 통해 "상장할 경우 사전에 단독주주인 주식회사 포스코홀딩스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정관 조항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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