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한영의 컨설팅-회계감사 분리 작업이 중단됐지만 여전히 조직 내부엔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해 법인 내 최대 이슈로 반 년간 이어져온 데다 국내 파트너들의 거취까지 내부에서 공식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초 진행된 투표에서 M&A를 담당하는 전략재무자문본부의 인력 절반 이상이 회계감사에 남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각자 거취에 따라 늦어도 내년께 다른 조직에서 근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다시 한지붕 아래 있게 되자 불편한 시선이 오가는 분위기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Y한영이 지난해부터 준비했던 분리 작업이 중단됐다. 글로벌 EY가 올 4월께 분리안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각국 회원사에 보내면서다.
EY한영 내부에서 분리 작업 얘기가 나온 건 지난해 하반기다. 기존 감사에서 컨설팅과 M&A 자문 영역으로 사업을 키워온 EY가 두 업무간 충돌을 막기 위해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과 세무·컨설팅 법인으로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뜻을 밝히면서다. 글로벌 본사의 행보에 맞춰 EY 회원사들도 조직 분리를 염두에 두고 내부 의견을 청취해왔다.
EY한영의 전체 인력은 2200여명이다. 이들 중 회계감사를 전담하는 인력과 세무, 경영자문 인력은 반반 수준이다. 조직 분리에 맞춰 해당 인력이 그대로 따라간다면 각 법인은 대등한 규모를 갖추게 되는 구조였다.
M&A 섹터를 주력하고 있는 전략재무자문본부의 경우도 당초 계획대로라면 분리되는 컨설팅 부문에 속해야했다. 하지만 올해 초 파트너들의 거취에 대해 의견을 취합한 결과 전략재무자문본부 내 절반가량이 회계법인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내부 혼란이 가중됐다. 파트너를 중심으로 팀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을 감안하면 파트너 각각의 판단은 그 만큼 중요하다. 그 주니어 및 중간 간부급 인력들은 대부분 상사 파트너의 의중에 따라 거취를 정하기 때문이다.
절반가량이 회계감사 법인에 남길 희망하는 데는 국내 시장에서 아직까진 감사와 비감사 부문의 시너지가 클 것이란 판단이 주효했다. 기존 M&A 인력이 회계법인에 남을 경우 향후 3년간 기존 업무였던 비감사, 즉 재무 자문 업무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정을 택한 셈이다.
문제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한 후 2개월 만에 조직 분리가 없던 일이 되면서 조직 내 신뢰관계가 느슨해진 모습이 연출됐다는 점이다. 이번 조직 분리로 파트너간 이견차가 공식화되면서 기존과 같은 협업 관계가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EY한영의 전략재무본부는 지난 5년 동안 두 자릿수 실적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투자전략 수립부터 인수 후 통합(PMI)까지 M&A 관련 전 분야를 자문할 수 있는 능력을 구축한 결과였다. 본부나 팀간 활발한 협업이 뒷받침됐기에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이번 분리 작업의 후폭풍 후에도 성장세를 유지할지 시장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다음 달 예정돼 있는 조직개편과 인사 이동 등에 영향이 있을지도 내부 인력들의 주요 관심사다. EY한영은 매년 7월 초 정기 인사를 진행한다. 올해 전략재무자문본부에서 6명의 파트너를 승진시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승진 인사는 평소와 같은 수준이다. 다만 내부 조직개편과 파트너 이동 등에 대해서는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