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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파이낸셜 스토리

직방 '삼성SDS 홈IoT 인수' 1년, 명암은

①실적증가분 '90%' 차지 효자사업 입증, 상품매출원가율 '70%' 경영효율화 노력 절실

박동우 기자  2023-05-19 08:21:18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는 23곳의 유니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혁신적 사업 아이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자금을 확보하고 비용을 제어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분투도 유니콘 기업의 성공 신화를 뒷받침했다. THE CFO는 국내 유니콘 기업의 재무 구조와 CFO 면면을 살펴본다.
부동산·주거 분야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한 직방이 출범한지 13년이 흘렀다. 그동안 모험과 과감한 선택의 순간이 존재했다. 단연 회자되는 건 지난해 '삼성SDS 홈 사물인터넷(IoT) 사업부 인수'였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사업 조직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올해로 인수 1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명암이 존재한다. 실적 증가분의 90%가 스마트홈 부문에서 나올 만큼 '효자 사업'이라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도어록·월패드 등의 제조·판매 네트워크를 흡수한 덕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상품매출 원가율이 70%에 육박하는 데다 영업손실 폭이 커진 만큼 경영효율화 노력이 절실해졌다.

◇2022년 1000억 거래, '플랫폼·제조' 겸비 승부수

직방은 2010년 출범한 이래 원룸, 오피스텔 등 주거용 부동산 정보를 소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모바일 앱으로 손쉽게 매물을 탐색하는 방식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스마트폰 보급 진전과 1인 가구 증가세가 맞물리면서 직방 앱을 내려받은 누적 횟수도 3000만건을 넘어섰다.

경영진은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라는 '본업'에 국한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 부문으로 확장에 나섰다. 앞으로 유망한 수익원으로 점찍은 게 스마트홈 분야였다. IoT 기술을 가미한 디지털 기기를 보급해 실내 생활 편의를 증진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모바일 플랫폼 운영과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동시에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었다.

스마트홈 부문 진출의 기회는 2022년에 찾아왔다. 당시 삼성SDS가 '경영 효율화' 취지에서 홈 IoT 사업부 매각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도어록과 월패드 등을 생산하는 데 잔뼈가 굵었다. 특히 도어록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홍콩에서 50%를 웃돌고 호주에서 30%를 기록하는 등 일찌감치 해외 입지를 구축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2022년 7월에 직방이 삼성SDS 홈 IoT 사업부를 인수한 대금은 966억원이었다. 현금성자산이 △2018년 말 202억원 △2019년 말 946억원 △2020년 말 654억원 △2021년 말 1070억원 등으로 변동성이 극심했던 만큼 외부 조달 방안을 택했다. 산업은행에서 운영자금 대출을 받아 600억원을 충당했다. 이자율은 5%대 수준으로 책정했다.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국내 벤처금융 기관에서 자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산업은행, IMM인베스트먼트, 하나금융투자가 투자자로 등판하면서 1000억원을 유치했다. 증자 후 기업가치(포스트머니 밸류에이션)가 2조5000억원으로 책정되면서 직방이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M&A 맞물려 영업손실 심화, '관리와 조정'의 시간 올까

삼성SDS 홈 IoT 사업부 인수를 계기로 직방의 매출 구성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서비스(용역)매출만 인식했으나 작년부터 '상품매출'이 추가됐다. 도어록과 월패드 등을 아파트 단지나 개별 가정에 판매해 벌어들인 수익을 인식키 시작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883억원으로 2021년 559억원과 견줘보면 58% 불어났다. 매출 증가분 325억원의 86.5%가 상품매출 281억원이다.


실적 기여도를 감안해 직방 경영진은 스마트홈 사업에 한층 공력을 들였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와 손잡고 삼성페이 디지털키를 연동한 도어록을 선보였다. 올해 2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주택회사(NHC)와 협약을 맺고 현지에서 도어록·월패드 시스템을 구축할 때 가장 먼저 협의를 진행키로 뜻을 모았다.

다만 원가율을 통제하는 건 경영진의 중장기 숙제다. 2022년 상품매출원가는 194억원으로 상품매출 281억원 대비 69.1%다. 홈 IoT 사업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전체 매출원가의 급격한 확대를 이끌었다. 2021년 7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25억원으로 1년새 4배 넘게 불어났다.

인수와 맞물려 영업손실 규모가 커진 대목도 아쉬움을 남긴다. 2021년 82억원의 영업 적자로 전환된 이래 작년에는 371억원으로 급증했다. 사업 결합을 계기로 급여,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가 대폭 늘었다. 2022년 인건비는 278억원으로 전년(124억원)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M&A 이후 필요한 '관리와 조정'의 시간이 직방에도 찾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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