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홀딩스가 보유한 완전 자회사 일동히알테크가 또 다른 자회사 루텍에 흡수됐다. 1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매해 기록한 건 물론 300억원의 부채부담, 그리고 자본잠식까지 이어지며 독자적으로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지분관계도 없는 일동제약 등 관계사들이 부채부담을 함께 짊어지고 있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매출을 올려주는 거래처 역할에 더해 지급보증 역할까지 했다.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히알테크, 부채 281억, 완전 자본잠식…루텍, 10억 안팎 순이익 꾸준 일동홀딩스는 최근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인 일동히알테크와 46% 지분을 보유한 루텍을 합병했다. 루텍이 흡수합병하는 주체이고 일동히알테크는 소멸법인이 됐다. 루텍은 의약품 바코드 등 전자태그(RFID) 사업을 영위하고 일동히알테크는 히알루론산 및 필러 판매를 담당하는 계열사다. 루텍은 2011년 일동그룹에 인수됐고, 일동히알테크는 2016년 설립됐다.
사업적으로 연결고리나 접점이 없는데도 합병을 단행한 배경은 일동히알테크의 적자 및 부채부담이 독립적으로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작년 말 기준 일동히알테크는 1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입고 부채가 281억원까지 불어났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수년간 이어지고 있었다.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히알루론산 사업이 좀체 안착하지 못했다.
반면 루텍은 꽤 건실하게 성장하는 기업이다. 120억원의 매출로 1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다. 이를 기반으로 배당을 하기도 할 정도로 현금재원도 꽤 탄탄한 것으로 보인다. 부채도 17억원에 그친다.
일동히알테크에 대한 자금지원이 지분구조상 온전히 일동홀딩스에 쏠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건실한 루텍으로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동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지는 않은 루텍이 이 같은 부채를 떠안을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선 다소 의문점이 남는다. 루텍의 또 다른 주주들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보아 일동그룹과 연관성 있는 인물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분희석까지도 감내한 것으로 보아 일동그룹 오너일가가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일동그룹은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동그룹 관계자는 "루텍의 주주구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분관계 없는 일동제약·일동바사 '지급보증', 분할설립 의무 부실 덩어리인 일동히알테크는 그동안 일동홀딩스 뿐 아니라 계열사의 지원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를 살펴보면 일동홀딩스는 작년 말 기준 일동히알테크의 부채 가운데 192억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다. 일동제약은 연대보증으로 90억원, 단독보증으로 72억원 총 162억원의 보증을 제공했다. 순손실을 보고 있는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역시 90억원의 지급보증에 참여하고 있다.
일동홀딩스를 제외하고는 일동히알테크는 일동제약·일동바이오사이언스와는 지분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우발채무의 부담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된다. 일동홀딩스의 부담을 공동으로 지고 있었던 셈이다.
이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후속작업으로 이해된다. 일동히알테크가 일동제약으로부터 분리된 법인인 만큼 일동제약 및 일동바이오사이언스 등의 채무보증이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상법 제530조의9 제1항에 따르면 분할회사, 단순분할신설회사, 분할승계회사 또는 분할합병신설회사는 분할 또는 분할합병 전의 채무에 대해 연대해 변제할 책임이 있다.
법상 공동부담해야 하는 부채 외에도 실적에 대한 지원을 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작년 말 기준 일동제약은 일동히알테크에 4억3200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연구개발비로 2억8000만원을 쓰기도 했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210만원의 비용을 냈다. 일동홀딩스는 매년 20억원 안팎의 대여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 합병으로 일동홀딩스의 루텍 지분은 더 늘어나고 직접적으로 짊어지는 부담은 다소 경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동그룹 관계자는 "당장 지분구도를 파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