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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삼라마이다스(SM)그룹의 건설 계열사 중 한 곳인 SM동아건설산업이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경험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찾는다. 그간 SM그룹이 부실 기업을 인수해 회생시키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온 만큼 이번에 채용하는 CFO와 함께 굵직한 M&A 투자를 단행할지 주목된다. SM동안건설산업도 7년 전 SM그룹에 인수된 곳이다.
25일 헤드헌팅 업계에 따르면 SM동아건설산업이 CFO 역할을 하는 재무총괄임원을 찾고 있다. 건설과 제조업 분야, 그리고 M&A 분야에서 업무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선호한다.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면 채용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자격 요건에서 눈에 띄는 부문은 'M&A 분야 유경험자'다. SM그룹이 2017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이후 불과 4년 만에 공정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배경에 M&A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CFO 역할 임원을 채용하는 SM동아건설산업도 2016년 SM그룹에 인수된 곳이다.
SM그룹에 편입된 이후 SM동아건설산업은 실적과 재무구조 면에서 꾸준히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다. 인수 이듬해인 2017년 1414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2년 4630억원으로 3.2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3억원에서 177억원으로 3.4배 증가했다. 수익성도 3.7%에서 3.8%로 소폭 향상됐다. 2021년에는 편입 이후 최고 영업이익률인 9.5%를 기록하기도 했다.
재무구조도 안정화됐다. 2017년 말 600%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2021년 말 처음으로 200% 이하인 153%로 떨어진 뒤 2022년 말 현재 141%로 크게 향상됐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은 83%에서 171%로 두 배 이상 상승하며 단기 유동성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M그룹에 인수될 무렵인 2016년만 해도 100위권 밖이었던 시공능력 순위도 2022년 93위로 올라섰다. SM동안건설산업은 도로와 교량, 터널 등 토목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SM그룹이 인수한 이유도 아파트 사업에 편중된 건설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함이었다. 올해 초에는 경부고속도로 내진 성능 보강 공사를 수주했다.
이러한 점들은 SM동아건설산업이 M&A 경험이 있는 CFO 역할 임원을 찾는 배경으로도 풀이된다. 실적과 재무구조가 꾸준히 향상된 만큼 이제 사업 확장과 재편을 위한 투자를 단행할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한 금액은 약 524억원이다.
524억원은 대형 M&A 투자를 하기에는 큰 금액은 아니다. 단 SM그룹이 M&A 투자시 지금까지 계열사 한 곳이 단독으로 하기보다는 계열사 여러 곳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을 택한 점을 고려하면 대형 M&A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향후 채용될 인물은 SM그룹 여러 계열사 재무 담당 임원들과 의사소통하는 일이 잦을 것으로 풀이된다.
법인 등기에 따르면 SM동아건설산업의 임원은 총 4명이다. 대표이사는 올해 선임된 임동복 전 SM경남기업 전략기획본부장이다. 사내이사는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조유선 현 삼라 대표이사다. 감사는 우오현 회장의 차녀인 우지영 씨다. 우오현 회장과 삼라는 SM동아건설산업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각각 지분 19.56%, 17.54% 보유하고 있다.
SM그룹 관계자는 "현재 SM동아건설산업에서 CFO 역할 임원을 채용하고 있는 건 맞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