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이노베이션이 상장 이후 몸값 끌어올리기에 성공했다. 당초 밴드 하단을 밑도는 공모 실적을 기록했고 자발적으로 의무 보유를 확약한 투자자도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개인투자자(개미)를 중심으로 한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17년 설립 후 두 건의 조단위 라이선스 아웃(L/O)을 성사했고 자체 본임상 프로그램도 진행중이다. IPO를 통해선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비상장 단계에서 조달한 자금력과 기술을 토대로 지속적으로 몸값 반등을 노릴 계획이다.
◇공모가 밴드 하단 밑돈 1만3000원… 상장 후 '개인 저가 매수세' 덕 반등 성공지난달 30일 상장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틀간 몸값을 공모가 대비 40% 이상 끌어올렸다. 31일 장마감 기준 회사의 시가총액은 4036억원이다. 비상장 단계에서 몸값이 7000억원이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지만 여러 시장 우려를 딛고 상장 후 첫발을 무난하게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여전히 바이오 섹터의 투심이 엄중한 상황에서 몸값 올리기에 성공했다. 당초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제시했던 밴드(1만6000~2만1000원) 하단을 밑도는 1만3000원의 공모가, 상장 밸류 2860억원으로 시장에 입성했다. 이틀 먼저 수요예측에 나선 LB인베스트먼트는 1298대 1의 경쟁률로 공모가 밴드 상단으로 확정한 것과 대비된다.
상장 초기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오버행 이슈를 안았음에도 주가 방어에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이다. 회사는 상장을 철회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딛고 대승적 차원에서 상장을 강행했다. 이에 상장 이후 짧게는 15일부터 길게는 6개월까지 보호예수를 신청한 물량이 전체 입찰의 0.2%에 불과했다.
상장 후 기관투자자와 개미의 투심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도 눈길을 끈다. 상장후 이틀 동안 순매수(매도-매수) 추이를 보면 기준 기관은 283억원을 팔았다. 특히 기타법인(-115억원)이 매도 우위를 보인 것도 눈길을 끈다. 기타법인은 증권·보험·연기금 및 금융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창업투자회사(VC)나 일반법인 등이다.
반면 해당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421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기관이 상장 직후 던진 물량을 개미는 받았다는 뜻이다. 한때 공모주 '따상' 열풍의 진원지로 꼽히던 바이오 섹터는 작년 들어 기관 투심이 싸늘하게 식었는데 개인투자자들은 지금을 상대적인 저가 매수 시기로 판단한 모습이다.
◇IPO 공모자금 줄었지만 여전히 'R&D' 중심 자금 투입 예고지아이이노베이션은 공모가를 기존 대비 낮은 1만3000원으로 낮추면서 IPO 공모 자금은 당초 예상한 최대 420억원의 60% 수준(250억원)에 그쳤다. 회사는 250억원 전액을 파이프라인 임상시험, 연구개발(R&D), 증설, 인력 충원, 특허 취득 등에 활용해 R&D 성과 창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목표 대비 IPO 조달액이 대폭 줄었지만 여전히 800억원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이다. 핵심 파이프라인 GI-101과 GI-301으로 각각 중국 소재 제약사인 심시어(Simcere)와 국내 제약사 유한양행을 대상으로 조단위 기술이전(L/O) 계약을 맺은 덕에 임상 파이프라인 가동에 대한 부담을 한결 줄인 점도 주목할 요인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GI-101과 GI-301에 배정한 임상 자금 규모가 다른 파이프라인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세부적으로 면역항암제 GI-101의 경우 전체 임상 프로그램(미국 및 국내)에서 650명의 환자를 모집하는데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의 약 10%만 할애해 투입한다.
유한양행과 L/O를 통해 임상 및 개발 협업 관계를 구축한 GI-301도 마찬가지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측이 예정한 GI-301에 대한 공모자금 투입금액은 전체 조달액의 5%에 그친다. 기술이전 성과를 통해 파트너사와의 협업 체제를 가동한 것이 자체 자금 사용 부담을 경감시켰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017년 설립 이후 파이프라인 가운데 합계 2조원 이상의 기술이전 성과를 달성 한 뒤 파트너사와 함께 임상을 순항하고 있다"며 "공모 자금 대부분을 해당 물질 임상과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등에 활용해 기술력을 재차 입증하고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성과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