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사장(
사진)이 결국 CEO 후보자 자격을 포기했다.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지배구조 개선 눈높이를 못 맞췄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다. 결국 '외풍'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써 KT는 차기 CEO를 선임하고도 세 차례나 불발되는 불상사를 맞았다. 이번 주 열릴 주주총회에서 선임하기로 한 모든 사내이사 안건도 철회된다. 새 CEO 선임이 무산되면 후보자가 추천한 이사들도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제 후속 절차에 눈을 돌린다. 차기 CEO를 선정할 때까지 임시 대행 체제는 구현모 대표가 이끌게 된다. 그 역시 이를 고사할 경우 박종욱 사장이 맡게 된다. 추후 이사회가 경영 공백 사태에 따른 책임을 지고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윤경림 사퇴…CEO·사내이사 선임 못 하는 주총 확정27일 KT는 윤경림 사장이 차기 CEO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하고 이사회에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주총 직전 윤 사장의 사임을 만류했고 그 역시 주말 내내 고심한 끝에 결국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식 입장과는 달리 외풍에 못 이겨 사퇴를 결정했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벌써 세 차례나 CEO 선임이 불발된 탓이다.
작년 말 구현모 대표의 연임 적격 심사 후 국민연금공단의 반발로 재경선을 진행했다. 다시 경선에서 구 대표가 선정되자 국민연금을 비롯해 정치권이 반발하면서 경선을 다시 처음부터 진행하게 됐다.
공개 경쟁 방식으로 사내외 후보들을 모아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을 꾸려 평가했다. 구 대표는 도중 사퇴를 결정했고 최종 결과 윤경림 사장이 선정됐다. 그는 정부 및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과 관계 개선을 꾀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주총을 통해 표 대결을 진행하기도 전에 후보자 자격을 포기했다. 다만 그는 CEO 후보로서 내려왔을 뿐 아직 사장 자리는 그대로 유지된다.
KT는 추후 CEO를 어떤 식으로 선임할지,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할지 등 관련된 방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오는 31일 열릴 주주총회는 '앙꼬 없는 찐빵'이 될 전망이다. 윤경림 대표이사 선임의 건뿐만 아니라 사내이사 2명(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 송경민 KT 경영안정화TF장) 선임의 건 역시 자동 무산된다.
KT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가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지 못한 경우에는 그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 추천은 무효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서 후보와 송 후보 모두 윤 사장이 추천한 인사였다.
◇경영 공백 사태 구현모·박종욱 사장 순 대행…이사회 책임론 부상이에 따라 KT는 경영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우선 상법상 새로운 대표이사가 선임될 때까지는 기존 대표이사가 수행하도록 돼 있다. 본래 구현모 대표의 임기는 이번 주주총회일까지이지만 당분간 대표직을 수행할 전망이다.
하지만 구 대표 역시 차기 CEO 후보 자격을 포기한 만큼 이를 고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때는 정관에 따른 직제 규정이 정하는 방식으로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겸 안전보건총괄 사장이 차순위가 된다.
이번 거버넌스 리스크 현실화로 이사회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작년 말부터 이강철 이사와 벤자민 홍 이사가 순차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책임감 있게 외풍을 막아주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평가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기존 사외이사들을 모두 그대로 선임하려 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주총에서 KT는 강충구 이사회 의장, 여은정 이사, 표현명 이사 등 3명의 재선임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물론 지배구조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임기는 1년만 부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속되는 외풍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경선 결과를 번복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인 데 따른 별다른 책임을 지진 않았다.
이에 따라 범여권과 노조에서 주장하듯 기존 이사진이 모두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할지도 주목된다. 다만 이 경우 KT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외부 입김에 따라 인사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