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을 운영하는 4대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지방은행들까지 배당기준일 정관을 변경하며 금융당국의 배당절차 개선방안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호실적에 올해 현금배당을 처음으로 실시하면서도 배당기준일 관련 변경건은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은행업이 규제산업인 만큼 금융지주사들이 전통적으로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온 것과는 다른 행보다. 특히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행동주의펀드로부터 주주환원책 강화 압력을 받기도 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2021년 기업공개(IPO)하는 등 출범한지 오래 안 된 만큼 금융당국과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친화 정책 압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다.
◇제1금융권 대부분 올해 주총서 배당기준일 관련 변경 추진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를 비롯해 지방은행들까지 현재 상장돼있는 은행지주들은 전부 올해 주주총회에서 배당기준일 관련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주주의 배당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배당기준일을 배당결정 이후의 날로 정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 이를 위해 결산배당 기준일 확정절차를 변경하거나 이사회에서 배당기준일을 정하도록 변경 기준일 공고 기한을 신설하는 등 각 금융사마다 적용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이사회 결의로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위한 기준일을 정하도록 한다. 그리고 기준일을 정한 경우 그 기준일의 2주 전에 이를 공고하기로 안건을 올렸다.
이는 1월31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배당절차 개선방안과 법무부 유권해석을 반영한 결과다. 이를 통해 이사회에서 배당액을 먼저 확정한 뒤 배당기준일 설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개선방안이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은 지난달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표준정관을 바로 바꾸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여기에 배당기준일 통합 안내 페이지를 만들고 배당절차 개선 관련 안내자료 배포와 설명회 개최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를 통해 공시규정 시행세칙과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까지 손보는 등 전방위적으로 의무사항처럼 만드는 행보다.
금융지주사가 은행업 등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제도권 아래 있는 만큼 올해 주총에서 바로 관련 정관 변경에 나서는 등 적극 협조하고 있는 배경이다. 여기에 최근 행동주의펀드로부터 주주서한을 통해 주주친화 정책 강화 관련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배당절차 개선방안 적용을 미룰 이유가 없는 형국이다.
◇카카오뱅크, 배당기준일 관련 정관 변경 無 '추후 검토 예정'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이달 29일 여는 주주총회에서 관련 정관 변경 안건을 따로 올리지 않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당장 올해 주총에선 배당기준일 관련 정관을 변경하진 않을 것"이라며 "추후 검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카카오뱅크 정관을 보면 제 57조 이익배당 조항에서 배당받을 주주 대상을 매 결산기말 기준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 또는 등록된 질권자에 한하고 있다. 이 경우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배당받을 주주를 우선 확정하고 다음해 3월 주총에서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결의하게 된다. 이에 카카오뱅크 투자자들은 정관 변경 전까진 배당금 규모 등 구체적인 계획을 미리 알 수 없게 된다.
이는 올해 처음으로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친화 스탠스를 취하는 카카오뱅크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주주환원 정책 중 일환으로 현금배당 381억원, 자사주매입 130억원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렇게 주주들을 신경쓰지만 배당기준일 관련해선 시중은행과 달리 금융당국의 개선권고 사항을 반영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카카오뱅크가 상장한지 오래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른바 '허니문' 같은 유예기간을 거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특히 최근 이사회에서 현금배당을 처음 추진하면서 개선방안 적용까진 미처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2017년 4월 은행법에 근거해 본인가를 취득한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카카오뱅크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019년 137억원 흑자전환 이후 2020년 1136억원, 2021년 2041억원, 2022년 2631억원 등으로 증가해왔다.
이에 카카오뱅크가 상장한 뒤 최근 비교적 빠른 배당을 진행하게 된 배경으로 '호실적'이 거론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33% 증가해 2582억원을 기록한 광주은행 등과 비슷한 규모다.
다만 아직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과는 격차가 크다. 2022년 4대 은행의 순이익은 12조1412억원으로 전년보다 20%가량 늘었다. 금융지주 전체로 보면 KB금융과 신한지주 등이 4조원을 훌쩍 넘기는 등 격차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진 기존 제도권 아래 있던 은행들 위주로 금융당국에 민감히 반응하는 편"이라며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성장세가 빠르긴 하지만 배당절차 개선방안 등에는 아직 소극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