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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차기 리더는

윤경림 사장, 거듭된 '주주' 언급…기댈 곳은 시장

소감문 통해 주주가치 우려 해소 목소리…정부 정책 동참 약속, '흔들림 없는 본업'도 강조

이장준 기자  2023-03-08 08:11:19
KT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사진)이 CEO 후보자가 된 소감을 짤막하게 밝혔다.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주주'였다. 공정 경쟁을 통해 선임된 그가 부당한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시장의 선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국민연금공단이 KT의 단일 최대주주이기는 하나 소액주주가 전체 지분의 57.36%를 차지한다. 엄밀히 따지면 KT의 주인은 이들 소액주주인 셈이다. 디지털 플랫폼 회사(DIGICO) 전환 비전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주주가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했다.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정부와 척을 지지 않으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동참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본업인 통신 네트워크와 디지털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다짐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선 약속, 정부와 관계 개선 숙제

KT 이사회는 7일 이사 전원 합의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하고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KT는 윤 사장의 소감문도 발표했다. 작년 말부터 정치권 외풍을 비롯해 CEO 선임 절차 번복 등 혼란이 이어진 만큼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공개 경쟁을 통한 CEO 선임 절차를 매듭지으려는 의미도 담겼다.

윤 사장은 소감문에서 "아직 후보자 신분이어서 조심스럽지만 간단히 소감 말씀을 드린다"며 "KT CEO 후보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후보자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정부의 우려'는 KT CEO 선임 절차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범여권의 비판을 의식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주주의 우려'는 정부 개입과 리더십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최종 선임이 확정되기 전까지 두 주요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윤 내정자는 "특히 논란이 되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그동안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이른바 CEO '셀프 연임'을 차단하는 데 집중했다.

실제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금융권에서는 신한·우리·NH·BNK금융그룹의 수장이 전부 교체됐다. KT 역시 구현모 대표가 연임 적격 심사를 통과하고도 자청한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다. 그는 이번에 공정 경쟁 체제로 전환하면서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포스코와 KT&G 같은 기업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윤 사장은 지배구조 투명화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 역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 ESG 경영 트렌드 변화에 맞춘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겠다"며 "외부 컨설팅을 통해 CEO 선임 프로세스, 사내 후보자군 육성 등에 대한 현황을 점검하고 국내·외 우수사례 분석 및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통해 객관성을 갖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이어갈 방침이다. 윤 내정자는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KT가 국민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네트워크와 디지털 인프라의 안정적 운용은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만큼 한순간도 흔들림이 없도록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말 KT와 LG유플러스에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 할당 취소를 통지했다. 주파수 할당 당시 부과한 조건에 대한 이행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페널티를 부여한 것이다.

또 KT는 2021년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로 인해 전국 단위 유무선 인터넷망 두절 사태를 겪었다. 작년에는 인터넷TV(IPTV) 채널 분배 작업을 하는 장비에 전원 공급 장치가 고장 나며 밤중에 1시간가량 일부 지역에 네트워크 장애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처럼 그동안 정책과 어긋난 행보를 걷거나 통신 본업에서 불안했던 모습을 털어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전환하는 동시에 본업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이다.

끝으로 윤 사장은 "최근 여러 주주께서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데 사업과 조직을 조기에 안착시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보다 구체적인 경영 방향과 계획에 대해서는 향후 적절한 시점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주주'만 세 차례 언급…디지코 정신 이어 기업가치 되살릴까

소감문을 보면 '주주'라는 단어가 세 차례('주주총회' 포함 시 네 차례) 언급된다. '정부'나 '국민'보다도 자주 거론하며 시장 친화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KT의 최근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과 맞닿아 있다. 2020년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KT는 시장에서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재평가받으며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제고해왔다. 작년 11월 기준으로는 취임 당시와 비교해 주가가 90% 이상 올랐고 KT의 시가총액은 한때 10조원을 웃돌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국민연금과 정치권이 KT 지배구조에 개입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민연금이 KT 지분을 대거 매각하면서 지난달 27일 기준으로는 8.53%의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8조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KT 경영진 교체로 회사 경영 정책이 달라질 것이 분명해졌다"며 "2023년에는 KT 이익 성장을 장담할 수 없고 DPS(주당배당금) 증가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분노한 KT 개인주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집단행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KT 소액주주 수는 20만9128명이며 이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1억4685만9213주에 달한다. 전체 지분의 57.36%에 달하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 윤 사장은 KT 기업가치를 되살릴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그는 구 대표와 함께 디지코 전환을 주도하면서 KT 주가 상승을 이끈 인물이다. 정부와 관계를 개선할 수만 있다면 디지코 전략을 이어가면서 KT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개선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출처=네이버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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