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성향을 높여 달라는 주주들의 요구는 항상 인식하고 있다. 주주환원과 관련된 금융 당국의 기조와 투자업계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고 올해 그룹 차원의 인상 결정을 내렸다. 1%지만 배당 성향 상향으로 주주환원 의지를 표명했다고 볼 수 있다."
박종무 하나금융 그룹재무총괄(
사진) 상무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주주환원 강화 의지를 밝혔다. 국내 최고 수준의 배당 성향에 더해 자사주 매입, 소각을 추가적으로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주주 신뢰를 얻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는 '지속성'을 꼽았다.
◇배당 성향, 4대 금융 최고 '27%'…지속성 갖추고 자사주 소각박 상무는 올해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취임했다. 그는 오랜 기간 하나금융 재무라인의 중추로 활약했다. 하나은행 경영관리부 팀장, 재무기획부 부장을 거쳐 하나증권에서 CFO 격인 경영관리그룹장을 맡았다. 올해는 지주 CFO로 자리를 옮기면서 은행-증권-지주로 이어지는 커리어를 완성했다. 그룹 사정 전반을 고려한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하는 게 올해 박 상무에게 주어진 과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배당 성향 27%를 기록했다. 이는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배당 성향이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26%, 신한금융은 23.5%, 우리금융은 26%다. 여러 주주환원 지표 중 순이익에서 현금 배당을 주주에게 지급하는 비율 만큼은 하나금융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하나금융은 배당 분야에서 꾸준한 면모를 보였다. 2020년 금융 당국의 20% 제한 권고가 있을 때를 제외하면 2018년 25.5%, 2019년 25.8%, 2021년 25.6%로 25% 후반대 배당 성향을 유지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선제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을 도입했으나 배당 성향에서 만큼은 뒤처지지 않았다.
하나금융은 이번에 배당 성향을 약 1%포인트 인상하며 현금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배당 성향을 높이는 건 큰 책임이 수반되는 결정이다. 한번 높인 배당 성향을 다시 낮추면 주주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상무는 "얼라인파트너스가 보낸 환원 정책 관련 주주서한을 검토하는 등 주주들의 투자 트렌드를 전반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자사주 카드도 적극 활용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한 데 이어 올 상반기 같은 규모의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하고 있다. 박 상무는 하반기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단행 시기와 금액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 상무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믹스도 중요하지만 현금 배당 지속성을 유지해 주주 신뢰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추후 주가, 자본비율, ROE, 영업이익, 시장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검토해야 자사주 정책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 중간배당을 꾸준히 실시했고 이런 꾸준함을 주주들이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외환 익스포저·M&A' 변수 감안, CET1비율 안정적 관리박 상무는 주주환원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에 대해선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하나금융 CET1비율은 지난해 말 13.15%로 상장 금융지주 중 KB금융(13.2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자본 여력을 주주환원에 적극 활용하기보다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옛 외환은행 인수로 외환 익스포저가 타 금융지주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 하나금융은 외화 자산 변동이 CET1비율에 미칠 영향을 대비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변동할 때 CET1비율에 25bp 가량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금융위기 당시 환율 변동폭이 200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50bp의 자본 버퍼(buffer·여력)을 추가로 뒀다.
박 상무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인수합병(M&A)도 변수로 감안해야 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비은행 경쟁력 강화 차원의 M&A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후 자본 비율 개선을 위해 M&A를 지양하는 기조였다. M&A는 위험가중자산(RWA) 규모를 키우로 CET1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 상무는 "M&A를 하면 아무래도 자본비율에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인수 자산이 어떤 자산으로 흡수되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현재 자본비율만 놓고 M&A 의사결정을 내릴 순 없고 그룹 차원에서 이중레버리지 비율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