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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 CFO의 아쉬운 '네거티브 전략'

심아란 기자  2023-02-23 09:19:18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와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영권 매각 과정을 지켜보면서 주주자본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국내 기업의 한계를 체감한다.

두 회사의 지배주주는 20% 남짓한 의결권으로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회사와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정황이 드러났다. 내부에 지배주주를 견제할 시스템이 미흡했고 결국 주주행동주의에 포착되면서 최대주주가 한발 물러섰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지배주주가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오스템임플란트와 달리 에스엠은 경영진과 최대주주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M&A 전면에 등장한 점이 흥미롭다.

묵묵히 안살림을 책임지는 업무 특성상 오스템임플란트의 나용천 CFO는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무슨 작업을 하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반면 에스엠의 장철혁 CFO는 직접 공식 유튜브 채널에 나와 M&A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그가 네거티브 전략을 취한 점에는 아쉬움이 크다. 장 CFO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하이브에 경영권을 매각하고 하이브는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를 시도하는 것을 '적대적 M&A'라며 경영권 분쟁 이미지를 씌웠다.

이 전 프로듀서가 선관의무에 충실하진 않았지만 에스엠 최대주주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CFO가 최대주주의 경영권 매각 결정을 적대적 M&A로 표현한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에스엠 최대주주로 하이브는 안 되고 카카오는 되는 주장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게 느껴졌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의 화제성과 음원 스트리밍 차트 상위권 점유율을 봤을 때 오히려 하이브의 프로듀싱 감각과 역량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에스엠과 하이브 그리고 카카오까지 세 곳이 협업하는 모델도 실현 가능해 보인다.

글로벌 경영 트렌드는 주주자본주의를 넘어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향하고 있다. 장 CFO 역시 팬과 아티스트, 임직원과 주주 모두를 위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고 밝혔다.

마침 에스엠 유튜브 영상에서 장 CFO가 읽어봤으면 하는 댓글을 발견했다. "올해 샤이니 15주년입니다. 14년째 팬인 저에게도 오랜 시간 기다린 정말 중요하고 기대되는 해입니다. 제발 모든 일이 정상화되길 바랍니다."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목표에서 한발 나아가 이해관계자에게 불이익을 주진 않았는지 경계 수위를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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