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생산능력 전략은 전기차 산업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북미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 7%에 불과했던 북미 생산비중을 2025년까지 45%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 아래 현지 생산능력을 점차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자본적지출(CAPEX) 규모도 지난해 대비 50% 이상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수혈한 10조원 넘는 자금이 그 기반이 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외부 차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글로벌 사업 비중이 높은 탓에 외화차입 규모도 커져 환율 변동성에 노출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6조 CAPEX 지탱한 IPO 자금, 차입규모도 1조 증가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 집행한 CAPEX는 6조3000억원 규모다. 연초 계획했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공장 가동을 비롯한 글로벌 생산라인 증설과 해외법인 증설 등을 이어가며 CAPEX 규모가 전년도 기록한 4조원 대비 57.5% 증가했다.
이러한 대규모 CAPEX 집행이 가능했던 것은 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덕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월 상장하며 신주 발행으로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모았고 이후 매분기마다 1조원이 넘는 금액을 CAPEX로 지출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CAPEX 집행을 온전히 IPO 모집금액만으로 소화한 것은 아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가며 아직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지 못한 만큼 추가적인 차입을 통해 유동성을 사전에 확보했다.
2021년 말 기준 1조2840억원 수준이던 LG에너지솔루션의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는 지난해 1월 IPO 이후 1분기 말 기준 10조1620억원까지 급증했다. 이후 CAPEX 집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등의 영향으로 작년 말 기준 5조9380억원까지 떨어졌다.
IPO 모집 금액만 놓고 봤을 때 1년 사이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생산능력 확대 투자 및 생산에 투입된 셈이다. 다만 이 사이 차입금 규모가 2021년 말 6조9690억원에서 8조1090억원으로 1조가량 증가하며 전체 현금흐름(영업·투자·재무활동)을 지탱했다.
지난해 항목별 연간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5800억원, 투자활동현금흐름이 -6조2610억원, 재무활동현금흐름이 11조4150억원이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던 이유는 재고자산 평가 손실을 반영한 운전자본 항목에서 -3조2930억원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외화차입 비중 50%, 커지는 환율 관리 부담지난 1년 사이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는 떨어졌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여전히 우량한 재무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86%, 차입금 비율은 39%로 두자릿수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총차입금에서 현금및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 비율 역시 11% 수준이다.
다만 올해도 북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 투자를 공언한 만큼 안정적인 손익구조 유지를 위한 과제도 이어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올해 CAPEX로 지난해(6조3000억원) 대비 50% 증액된 금액을 집행할 것이라고 가이드를 제시한 바 있다.
전체 차입금 가운데 외화차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하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극심한 환율 변동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외화대출 규모는 4조1545억원으로 당시 전체 차입금 8조3215억원의 50%를 차지했다.
글로벌 생산기지를 증설하는 과정에서 외화차입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1~3분기 사이 4600억원 늘었다. 4분기 역시 이러한 증가 흐름이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외화차입 증가는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진 환율 급등기에 환산손실로 이어지며 지난해 2180억원 규모의 영업외손실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