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CEO 후보로 내부에 구현모 대표만 있는 건 아니다. 그와 같은 직위인 KT 사장만 3명이 더 있고 주요 임원과 그룹사 사장까지 총 16명이 자동으로 후보에 올랐다. 누구보다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전문성을 갖춘 만큼 현직 프리미엄을 살릴 수 있어 내부 출신 '잠룡'들이 경선 과정에서 부상할지 주목된다.
우선은 지난 경선에서 구 대표가 우위를 점하기도 했고 적극적인 의사를 드러낸 다른 후보가 없어 구 대표가 유리한 양상이다. 다만 이번에 심사 기준이 일부 변화하고 외풍 영향을 고려해 차선책으로 주요 내부 인사가 부각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2년 이상 재직한 부사장 이상 16인 후보 자동 등록…전문성 확보KT 지배구조위원회는 최근 CEO 공개 모집과 더불어 규정에 따라 회사 또는 계열회사 재직 2년 이상이면서 회사의 직급 기준으로 부사장 이상인 자를 사내 후보자군을 구성했다. 이에 따라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16명이 CEO 후보군(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우선 구현모 대표이사 사장이 포함된다. 그는 지난해 연임 적격 심사를 통과하고 한 차례 경선에서 이미 최종 후보자가 된 바 있다. 그와 함께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등 3명이 사장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부사장 인사도 전원 포함된다. △박병삼 윤리경영실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송재호 AI/DX융합사업부문장 △신수정 엔터프라이즈부문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 △안상돈 법무실장 △우정민 IT부문장 등 7명이 해당한다. 그룹사에서도 KT 직급상 부사장에 해당하는 김철수(KT스카이라이프), 윤동식(KT클라우드), 정기호(KT알파), 최원석(BC카드), 홍기섭(HCN) 등 5명이 대상이 됐다.
내부 출신 인사들은 기본적으로 현직 프리미엄이 따른다. 현재 회사 내부 사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전환하는 디지코(DIGICO) 전략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AI, 디지털전환 등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의 질적 성장을 이끈 공신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2019년 KT CEO 경선에서는 내부 출신인 구현모 당시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이 선임됐다. 당시 노준형 전 장관과 임헌문 전 매스총괄 사장도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현직 프리미엄 등에 힘입어 만장일치로 당선됐다. 이번 공개경쟁에서도 사장급 인사들이 힘을 받을 수 있는 배경이다.
계열사도 전반적으로 좋은 실적을 거뒀다. 최원석 대표의 BC카드는 지난해 3조895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년 전보다 8.8% 성장했다. 김철수 대표가 이끄는 KT스카이라이프는 연결 기준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콘텐츠와 플랫폼 부문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지난해 4월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 KT클라우드도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에서 매 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하고 있다.
◇구 대표 앞서지만 심사 기준 변경·외풍 등 변수다만 KT그룹 전체를 총괄해 디지코 전환을 진두지휘한 건 구 대표다. 그는 앞선 경선에서 이사회로부터 디지코 전환 가속화를 위한 성장전략 및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신과 B2B 사업구조 혁신, 아웃소싱 개선 등 명확한 이익 제고 방안을 제시하면서 KT 매출 25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번에 심사 대상인 내부 인사 대부분이 지난 경선에 포함돼 평가받기도 했다. 그 결과 구 대표를 최종 후보자로 낙점한 만큼 이번 공개 경쟁에서도 이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다만 이번에는 사내외 후보를 검증할 인선자문단이 변수로 등장한다. 경제·경영, 리더십, 미래산업, 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이 후보를 검증, 압축한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인선자문단의 1차 압축 결과를 활용해 면접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심사 기준이 일부 달라지는 것이다.
아울러 외풍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구 대표가 이미 내부 절차에 따라 CEO 최종 후보자가 됐지만 KT가 다시금 경선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 대표 연임에 따른 부담을 의식할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는 외부 '낙하산' 인사보다는 안팎의 신임을 받을 수 있는 다른 내부 인사가 차선책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KT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물론 외부에서 영향을 받은 KT 내부 인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적극적인 도전 의사를 밝힌 케이스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른 내부 후보가 부상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