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 후 3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개선세를 보이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사고 직후 대규모 손실을 서둘러 인식하고 주력사업인 외주주택과 일반건축 부문에서 고삐를 쥔 덕분에 실적이 상승 흐름을 탔다.
최근에는 광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조합에 대여금을 실행하고 채무보증을 완료하는 등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화정동 아이파크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파견된 A1추진단의 성과도 주목된다.
10일 HDC현대산업개발의 IR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2835억원과 11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4.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8.1%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3.4%로 전년 대비 6.7%포인트 감소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84.8% 줄어든 36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4분기 영업이익은 7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2.2% 증가했고 순이익은 144% 상승한 229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9115억원으로 8.3% 줄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4.2%, 6.7% 늘어나는 등 개선흐름을 이어갔다.
공종별 매출총이익을 보면 △외주주택 1조7015억원 △자체주택 4464억원(15.9%) △토목·사회간접자본(SOC) 3868억원 △일반건축 3581억원 △기타 2969억원 △해외 938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일반건축은 전년 대비 210% 성장했고 해외와 기타사업은 각각 25.9%, 35.9% 상승했다. 다만 외주와 자체, 토목·SOC사업은 10% 후반대 역성장을 기록했다.
매출원가는 2조9902억원으로 매출 3조2835억원 대비 91% 수준을 나타냈다. 사고 직후 매출원가율이 105%까지 치솟았던 점과 비교하면 상당 부분 개선된 셈이다. 매출 자체가 전년 대비 4.3% 감소한 점도 원가율을 낮추는데 영향을 미쳤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 기조를 이어왔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순차입금 비율 50.3%를 기록했다. 순차입비율은 2021년 -10.2% 수준에 머물렀지만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늘린 탓에 1년 사이 60.5%포인트 악화된 흐름을 보였다. 부채비율은 23.2%포인트 상승한 137.3%를 기록했다.
수주잔고는 2018년 26조3822억원에서 2021년 33조6348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29조3569억원으로 13% 감소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신규수주 목표를 2조816억원으로 설정했다. 매출 목표는 3조9652억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6월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사업에도 속도를 냈다. 실적 발표에 앞서 조합에 1043억원을 대여하고 채무보증 계약을 체결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을 제공했다. 채권자는 신한은행과 새마을금고, 광주은행이다. 조합은 이 대여금을 사업경비로 사용할 예정이다.
학동4구역은 내년 상반기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은 학동 633-3번지 일대 지하 3층~지상 29층 19개동 2314가구를 짓는 신축공사다. 철거작업 중 건물이 붕괴해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담조직을 중심으로 사고를 수습 중이다. 철거공사는 지난해 11월 재개했다. 도급금액은 4631억원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일부 현장에서 충당금을 추가로 설정했고 국내외 건설경기 둔화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이익 감소분을 실적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