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은 지주사인 LX홀딩스의 사내이사를 핵심 계열사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포함시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사업구조 개편과 재무건전성 개선에 직면한 LX인터내셔널에는 LX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묘수를 뒀다. 그룹 차원의 재무적 과제 달성을 위한 지주사-자회사간 재무라인을 구축했다.
◇LX홀딩스 사내이사의 계열사 이사회 참여…재무 컨트롤타워 역할LX그룹은 지주사인 LX홀딩스의 사내이사를 핵심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있다. LX홀딩스 사내이사는 지난해말까지 구본준 대표이사 회장, 노진서 대표이사 부사장, 박장수 CFO 전무로 구성됐다. 올해 들어 LX세미콘 CFO였던 최성관 상무가 LX홀딩스 CFO로 이동하면서 조만간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될 전망이다. 박장수 전무는 LX하우시스 CFO로 이동했다.
LX홀딩스가 핵심 계열사에 대한 체계적인 영향력 행사를 가능하도록 하는 수단이 기타비상무이사다. LX인터내셔널, LX판토스,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각 이사회에는 기타비상무이사가 1명 이상 배치돼있다. 각 계열사가 최고경영자(CEO)와 CFO로 사내이사를 구성하고 LX홀딩스 사내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는 형태다.
지배회사 사내이사나 주요임원이 피지배회사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는 형태는 다른 그룹에서도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LX그룹도 지주사 LX홀딩스를 컨트롤타워 삼아 그룹 사업과 재무 방향의 일관성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LG그룹이 취하고 있는 계열사 지배 전략이기도 하다. LG화학과 LG전자 이사회에는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이, LG유플러스에는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장 사장이 각사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라있다.
특히 LX홀딩스 CFO가 일부 계열사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는 형태를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까지 LX홀딩스 CFO였던 박장수 전무는 LX인터내셔널과 LX판토스의 기타비상무이사였다. 이외 계열사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는 노진서 부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였던 것과는 구분된다.
LX인터내셔널에 민병일 전무가, LX판토스에 배수한 전무가 각사 CFO로 사내이사이기 때문에 기타비상무이사인 LX홀딩스 CFO는 각 계열사의 재무 컨트롤타워 역할인 셈이다. 여기에 LX판토스 기타비상무이사에 LX홀딩스 CFO 외에 모회사 LX인터내셔널 CFO도 포함돼 촘촘한 지배 체계를 짰다.
◇LX홀딩스-LX인터-LX판토스 '재무라인' 구축…그룹 차원 재무과제 수행지주사 CEO가 아닌 CFO를 LX인터내셔널 기타비상무이사로 편입시킨 이유는 LX인터내셔널이 처한 상황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2021년 5월 계열분리 직전까지 LX인터내셔널의 기타비상무이사는 이재원 ㈜LG 통신서비스팀장 전무로 재무 역량이 강조된 인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계열분리로 LX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부상한데다 사업구조 재편과 재무건전성 개선의 과제를 안고 있었던 만큼 그룹 차원에서의 재무관리가 요구됐다.
LX인터내셔널은 2018년 대규모 당기순손실로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물류와 자원개발 사업 확장으로 자본적지출(Capex)이 확대되면서 재무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2019년 여의도 LG트윈타워, 2020년 북경 트윈타워를 잇따라 매각해 현금을 손에 쥐고 2021년부터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현금흐름도 회복되면서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지분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업체 포승그린파워를 인수했고 11월 친환경 물류센터 개발 자회사 에코앤로지스부산을 설립했다. 올해 1월 판유리 제조업체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했고 내년 2월까지 생분해 플라스틱(PBAT) 생산업체 에코밴스에 대한 출자도 완료한다.
LX인터내셔널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이유에서도 의도가 잘 드러난다. 2021년 3월 LX인터내셔널은 LX홀딩스 CFO였던 박장수 전무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면서 LG화학 재무회계팀, ㈜LG 재무관리팀, ㈜LG 재경팀 RM담당 등을 역임한 경영관리 전문가인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주사 CFO가 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로 진입한 사례는 LG그룹에도 있다. LG생활건강 기타비상무이사는 2019년 3월부터 ㈜LG CFO 역할의 하범종 경영지원부문장 사장이 맡고있다. LG생활건강은 하범종 사장이 경영전략 전문가인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김홍기 부사장이 CFO로 전사 재경전반 총괄하고 하범종 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전략 등을 자문하는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