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송기호 CFO, 한미약품 회사채 상환 기조 유지한다

2019년 이후 채권시장 발길 뚝, 금융기관 차입 활용 계획

심아란 기자  2023-01-30 17:37:18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한미약품이 2019년 이후 채권시장에 발길을 끊고 사채 상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신약 기술수출 품목의 반환 등에 따른 수익 변동성이 시장성 조달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개발 비용과 자본적지출(CAPEX)을 줄여 현금창출력을 개선하는 추세지만 직접금융시장에서 조달은 선택지에서 제외한 상태다. 한미약품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송기호 상무는 당분간 자금 조달 창구로 금융기관 차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 회사채 350억 만기 도래, 2020년부터 순상환 유지

한미약품은 올해 4월 3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3년 동안 만기가 도래했던 2300억원어치 회사채는 모두 순상환을 기록했다. 회사채 상환을 위해 보유 현금과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활용했다. 그 결과 장·단기차입금 총액은 2019년 말 연결기준 4679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5182억원으로 10%가량 증가했다.



2020년은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수출했던 지속형 당뇨신약 기술의 개발 권리가 반환되며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다. 대규모 CAPEX 투자가 겹치면서 현금흐름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자 CFO는 시장성 조달에 보수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6년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CFO로 부임한 송 상무는 한미약품 재무 수장 업무를 겸임하고 있다. 한미약품에서는 2020년을 기점으로 비용과 CAPEX 감소를 통한 이익창출력 회복에 주력했다. 현금흐름을 저해하는 요소를 해소하려는 목표였다.

실제로 송 상무는 한미약품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지출 비중은 낮췄다. 2016년~2020년까지는 평균 17%를 기록했으나 2021년과 작년 9월 말까지는 13%대를 유지 중이다. 2018~2019년에 3900억원에 육박했던 CAPEX 규모도 현재 400억원 안팎으로 축소한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만기 돌아오는 회사채는 대환을 준비하고 있으며 차환발행은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시장 불확실성 차단, 장기CP 발행도 눈길

비용 절감 등을 통해 현금흐름 예측가능성을 높였지만 시장 불확실성을 차단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한미약품과 같은 A등급 회사채의 경우 몸값이 하락해 발행사는 과거 대비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하면 한미약품의 미상환 채권은 750억원, 한 회차만 남는다. 내년 4월 만기를 앞둔 물량으로 해당 사채도 상환하면 한미약품의 장기신용등급도 소멸하게 된다. 이 경우 한미약품이 자본시장과 소통할 창구는 좁아진다.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작년 2월 발행한 기업어음(CP) 정도다. 이는 만기 1년, 30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자체신용도가 아닌 신한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은 CP다. 해당 CP는 내달 3일 만기가 도래하며 현재 연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보유 현금은 감소된 상태다. 작년 9월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유동성금융상품 포함) 1779억원으로 2021년 말 대비 15% 줄었다. 올해는 사노피에 지불해야 할 공동연구개발비 잔금 2770만유로(약 370억원), 신약 임상개발 등 자금 수요는 적지 않다.

총차입금 내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은 만큼 올해 송 상무는 차입 장기화를 통해 재무안정성을 높일지도 관심거리다. 한미약품은 올해 9월 말 이전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3561억원으로 전체 차입금 6314억의 절반을 초과한다.

앞으로 현금창출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차입 부담도 줄인다는 목표다. 증권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지난해 연결기준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2400억원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1년에 2145억원, 2018~2020년 3년간 평균 1335억이던 점을 고려하면 현금창출력은 개선되는 추세다.

올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 받은 지속형 호중구 감소증 치료 신약 롤베돈의 미국 출시에 따른 로열티와 원액 매출 확대 등이 외형 성장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머크에 기술수출한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신약도 임상 2a상이 완료되면서 마일스톤 유입이 예상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