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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동맹군' 우리은행 뱅커에 재무 맡기는 케이뱅크

④정운기·이풍우 재무본부장, 2대째 우리은행 출신…경영기획본부는 KT 몫

고진영 기자  2023-01-26 16:55:1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KT그룹과 우리금융의 유대관계는 케이뱅크 설립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2대주주로 투자한 우리금융은 케이뱅크가 대주주적격성 문제 탓에 자금 수혈이 막혔을 때도 유상증자에 참여해 숨통을 틔웠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손을 보탰으니 동맹을 한층 견고히 한 셈이다.

케이뱅크 경영진 구성에서도 우리금융과의 연결고리가 엿보인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재무관리본부장에 대대로 우리은행 출신 뱅커를 앉히고 있다.

현재 케이뱅크 CFO는 이풍우 재무관리본부장이다. 업계 베테랑으로 우리은행에서만 32년을 일했다. 이 본부장이 우리은행에 입행한 것은 1990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옛 한국상업은행 시절이다.

이후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로 불리던 5대 시중은행의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당시 이 본부장은 전체 재무관리와 경영분석을 하는 본점 종합기획부 책임자로 있었는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과정에서 컨틴전시플랜(contingency plan)을 짜기도 했다. 비상사태 대응에 있어선 남다른 경험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경쟁이 치열하고 변수가 많은 인터넷은행 업계에서 값진 역량으로 꼽힌다.


전임이자 케이뱅크의 첫 CFO였던 정운기 전 부행장과의 공통점도 우리은행으로 좁힐 수 있다. KT그룹은 계열사 CFO로 내부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와 달리 케이뱅크는 출범할 때부터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뱅커를 재무책임자로 선택했다.

업(業)의 특성을 크게 고려한 인사겠으나 우리금융과의 관계도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2021년부터 지분율(12.58%)이 낮아져 케이뱅크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하진 않지만 케이뱅크 실적에 따라 지분가치가 등락하는 이해관계가 있다.

우리은행 출신인 정운기 전 부행장의 경력을 보면 재직 시절 뉴욕지점 수석부지점장과 중부기업영업본부장, 검사실장, 경기동부영업본부장 등 국내외 영업을 두루 경험했다. 케이뱅크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16년 9월이다. 초대행장인 심성훈 전 행장이 KT 출신이었던 만큼 CFO는 금융맨으로 발탁해 ‘전문성 - KT 정체성’의 저울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실제 케이뱅크는 2020년 말까지 KT 출신 행장, 우리은행 출신 CFO의 균형 시스템을 쭉 유지했다. 심성훈 전 행장뿐 아니라 2대 행장인 이문환 전 행장, 케이뱅크 준비법인을 맡았던 안효조 현 GC케어 대표까지 전부 KT맨들이다. 이문환 전 행장의 경우 비씨카드 대표이사를 맡았던 경력이 있지만 KT에 뿌리를 둔 만큼 금융전문가로 말하긴 어렵다.

이런 관례가 깨진 것은 2021년이다. 외부인사인 서호성 행장이 3대 행장에 올랐다. 서 행장은 1992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베인앤컴퍼니 이사, 현대카드 전략기획실장, 현대카드 마케팅본부장, HMC투자증권 자산관리 사업본부장, 현대라이프생명보험 경영관리본부장 등 금융권 전반을 거쳤다.

케이뱅크가 디지털 기술력에서 강점을 보인 반면 2020년 자본확충에 여려움을 겪는 등 재무적 수난으로 시름했던 게 판을 새로 짠 배경으로 읽힌다. 행장과 CFO를 모두 ‘비(非) KT 금융맨’으로 재정비한 셈이다. 대표이사를 KT 임원 출신이 차지하던 관행을 2021년 깬 BC카드와 흐름이 비슷하다.

다만 BC카드와 마찬가지로 케이뱅크 역시 경영기획 쪽은 KT 측 인사에 맡기고 있다. 현재 케이뱅크의 경영기획본부장(CSO)은 장민 전무다. 장 전무는 KT 경제경영연구소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KT 재무실에서 5년여간 자금업무를 봤다. KT 금융계열사인 BC카드, 스마트로에서 금융 백그라운드를 쌓았고 KT가 2011년 BC카드를 인수했을 때 PMI(인수 후 통합)작업을 담당했다. 재무파트를 맡던 옛 KT 비서실 2담당도 약 3년 거친 경험도 있다.

주목할 점은 추후 이뤄질 인사에 따른 파트너십 변화다. 이풍우 본부장과 장민 본부장이 각각 올해 3월, 1월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과 계속 호흡을 맞춘 서호성 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까지인 만큼 지금의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점치는 시선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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