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챗봇 '챗GPT(Chat GPT)'으로 유명한 인공지능(AI) 기업 '오픈 AI(OpenAI)'에 투자를 예고하면서 국내에서도 AI 관련 기업들이 시장의 이목을 끈다. 특히 통신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당장은 단기 테마 성격이 짙더라도 AI 전환을 통한 기업가치 재평가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특히 SK텔레콤은 GPT-3의 한국어 모델을 국내 처음 도입한 B2C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KT는 연내 한국형 챗GPT라 할 수 있는 '믿음'을 선보이고 전문 상담 등의 영역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초거대 AI 역량을 고도화해 이들 계열사와 시너지를 키우고 펀더멘털을 개선할지 주목된다.
◇챗GPT가 일으킨 AI 돌풍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먼 등이 설립한 오픈AI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블로그를 통해 오픈AI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추후 수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AI 연구를 진전시켜 새로운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오픈AI는 작년 12월 공개한 AI 챗봇 챗GPT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규모 언어예측 모델인 'GPT-3.5' 언어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2021년까지 인터넷에서 축적한 언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학습해 다른 챗봇에 비해 자연스러운 응답을 생성하는 게 가능하다.
출시 40일 만에 이미 사용자 1000만명을 돌파했고 테크업계에서는 기존의 검색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혁신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용자가 직접 검색 결과 중 원하는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대신 최적의 정보를 제공한다.
키워드만 던져주면 몇 초 안에 에세이를 쓸 수도 있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 시험에서 챗GPT가 작성한 헌법 에세이가 합격점을 받기도 했다. 셰익스피어 문체로 시를 창작하거나 코딩 등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ICT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초거대 AI가 적용되면 얼마나 AI가 스마트해지는지 실감이 안 났는데 챗GPT가 무료로 풀리면서 많은 사람이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AI 역량 갖추거나 서비스 제공하는 통신 계열사 수혜
챗GPT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국내에서도 AI 역량을 갖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통신 계열사들의 주가가 눈에 띄게 상승하며 수혜를 받았다. KT알파(29.93%), 코난테크놀로지(29.88%), KT cs(20.37%), KT is(7.41%), 플레이디(23.02%), 지니뮤직(2.85%), 이니텍(2.11%) 등이 장중 급등했다.
KT알파는 쇼핑 고객센터에 통합 고객의 소리(VOC) 시스템인 'K-CS'를 구축해왔다. AI 기술 기반의 K-CS는 수집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한 고객 응대가 가능하다.
SK텔레콤이 작년 10월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선 코난테크놀로지는 검색엔진과 비정형 빅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자연어를 처리하는 텍스트 AI와 영상을 분석하는 비디오 AI 영역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로봇, 메타버스, 국방, 항공우주, 디지털 트윈, 자율비행, 도심항공교통(UAM), 드론 등 영역으로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KT cs는 지난해 AI 컨택센터(AICC) 솔루션 하이큐리(HiQri)를 출시했고 올해 AICC 토탈 아웃소싱 BPO 운영체계를 확립했다. 특히 옴니채널 상담AP를 통해 상담 시 필요한 여러 개의 화면을 하나로 통합하고 다양한 채널의 유입되는 상담을 동시에 응대할 수 있다.
KT is는 AICC 구축 및 서비스형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 KT의 클라우드 기반 AICC 서비스인 에이센클라우드(A'cen Cloud)에 상담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AICC 보이스봇 구축, 신촌세브란스병원 챗봇, 보이스봇 구축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플레이디는 디지털 마케팅 AI 올인원 서비스 센스엔(SENSE.N)을 출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초보 광고주와 온라인 소상공인에게 어필하고 있다. 광고주들은 광고 진단부터 최적화, 실시간 모니터링까지 토탈 디지털 마케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플레이디는 크리에이티브 영역까지 포괄하는 올인원 통합 관리 플랫폼도 출시할 예정이다.
지니뮤직은 작년 스타트업 주스를 인수하고 AI 창작 영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주스는 실시간 가사 싱크, 배경음악(BGM) 콘텐츠 제작, 디지털 악보 제작 등 음악 콘텐츠와 직결되는 AI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AI가 창작한 음원은 제작 비용절감을 통한 효율성 증대를 이뤄낼 수 있어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보안 전문기업 이니텍은 KT 오픈 로봇 메이커스 사업에서 B2B 특화 오픈 로봇 플랫폼 채널 개발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로봇 사용자와 관리자가 로봇의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채널 구축업무를 수행했다. 추후 새로운 파트너들과 연계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초거대 AI 역량 강화하는 SKT·KT
물론 당장은 테마를 타고 주가가 급등했지만 AI로 전환을 통한 기업가치를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따른다. 더욱이 SK텔레콤과 KT가 초거대 AI 역량 고도화에 리소스를 대거 투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이들 계열사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초거대 AI는 빅데이터를 학습해 자율적으로 사고·판단·행동하는 인간의 뇌와 유사한 구조의 AI를 말한다. AI의 연산능력은 파라미터 수치로 나타내는데 이는 뇌의 뉴런(신경세포) 내지는 시냅스에 비유된다. 오픈AI의 챗GPT는 파라미터 수가 1750억개에 달한다.
KT는 2000억개에 달하는 파라미터 규모 초거대 AI인 '믿음(MIDEUM)'을 올 상반기 상용화할 계획이다. 챗GPT와 파라미터 수는 유사하지만 한국어 데이터를 많이 학습해 국내 사용자에게 보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제공할 수 있다.
KT는 2020년부터 산학연 AI 원팀(AI One Team)을 꾸려 AI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듬해부터 다자간 공동연구를 통해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해 왔다. KT가 만드는 믿음은 전문 상담 등 영역에서 상용화를 예고했다. 전 산업계에 적용하는 B2B 수익 모델로 개발 방향을 잡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2018년부터 AI 언어 모델을 개발했고 국내 최초로 한국어가 접목된 GPT-3 기반의 AI 서비스를 선보였다. 작년 5월 성장형 AI B2C 서비스 '에이닷(A.)'을 출시했다. 이론적인 환경에서만 개발하지 않고 실제 사용자가 쓰는 서비스에 반영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내달에는 장기기억 기술과 사진, 텍스트 등 복합적인 정보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 서비스를 장착할 예정이다. 향후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 모델을 접목, 보유한 방대한 정보를 활용해 지식 대화를 강화하려 한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통합 제공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AI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팹리스) 사피온, 수탁업체(파운드리) SK하이닉스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KT 역시 AI 팹리스 리벨리온, AI 인프라 솔루션 전문기업 모레(MOREH) 등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AI 반도체 풀 스택 서비스를 구현할 바탕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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