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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그룹 윤웅섭·박대창호, 과거 윤원영·이금기 체제 '닮은꼴'

세대교체에도 오너·전문경영인 2인3각으로…아로나민 등 넘어설 신약 R&D에 집중

임정요 기자  2023-01-11 13:15:18
일동제약그룹이 오너 3세인 윤웅섭 일동제약 부회장과 합을 맞출 지주사 부회장을 선임했다. '45년 일동맨' 박대창 일동홀딩스 대표(사장)다. 윗세대인 윤원영 회장이 전문경영인 이금기 전 일동제약 명예회장(현 일동후디스 회장), 이정치 전 일동홀딩스 회장과 함께 경영을 이끌던 것을 재연하는 모습이다.

일동제약그룹은 최근 지주사 일동홀딩스의 부회장 자리에 박 사장을 선임했다. 2년전 이정치 전 회장이 물러나 공석이던 자리를 박 부회장이 이어받았다. 박 부회장은 특히 오너 3세인 윤 부회장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한 인물로 일동제약 세대교체에 빼놓을 수 없는 열쇠이기도 하다.

새해 신년사에서 박 부회장(당시 사장)은 지주사 대표로서 "신약 성공 가능성을 높여 투자 유치, 개발 속도 향상, 상용화 및 수익 실현이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견제약사에서 신약개발사로 체질개선에 나선 일동에서 홀딩스 부회장과 제약 부회장의 시너지가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박 사장에서 박 부회장으로…오너 3세 윤웅섭 부회장과 합 맞춘 세월만 17년

신임 박대창 일동홀딩스 부회장(전문경영인)은 윤웅섭 일동제약 부회장(오너 3세)과 지난 17년간 일하며 신뢰를 쌓은 사이다. 윤 부회장이 2005년 38세의 나이로 일동제약 상무직을 달게 되면서 나란히 상무로 재직했다. 당시 윤 상무는 기획조정, 박 상무는 생산을 맡았다.
윤웅섭 일동제약 부회장(좌), 박대창 일동홀딩스 부회장(우)


박 상무는 윤 상무가 회사생활 첫발을 내디딜 때 회사생활을 더 길게 한 연장자로서 이끌어줬던 것으로 파악된다. 2011년부터는 윤 부사장, 박 전무로 2015년부터는 윤 대표(사장), 박 부사장 체제로 함께 일했다.

박 부회장은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1978년 일동제약(현 일동홀딩스)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45년간 재직하며 일동제약의 생산, 영업, 기획, 전략, 구매 등 주요 부처를 모두 경험한 이력이다. 입사 후 24년만인 2002년 상무로 승진했고 이후 4~5년 간격으로 이변없는 승진트랙을 달렸다.

일동제약그룹 인사는 서프라이즈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이금기 전 회장이 1984년~2010년 사이 총 26년간 일동제약 대표를 맡고 이정치 전 회장이 2003년부터 2021년까지 총 18년을 일동홀딩스 대표로 지내며 각각 '장수 CEO'로 이름을 올린 것만 봐도 그렇다. 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일동홀딩스 대표직을 수행하던 박 사장의 부회장 승진 또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아로나민 넘어서자'…당장 영업적자여도 신약 R&D가 중요

박 부회장은 지주사 대표로 2022년~2023년 신년사를 발표할 정도로 경영일선에 서왔다. 올해 신년사에선 특히 사업구조의 질적인 혁신을 경영지표로 삼고 품질, 수익성, 생산성을 가장 중요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신약 R&D를 수익사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1941년 설립된 일동제약은 전문의약품(ETC) 외 가장 큰 매출을 내는 주요제품이 일반의약품(OTC)인 아로나민류다. 별도재무제표 기준 전체 매출의 10%를 아로나민류가 차지하고 있다. 다만 2020년 7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아로나민류는 해가 갈수록 매출세가 꺾이고 있는 실정이다.

일동제약 전체 연결매출은 2016년 2000억원대에서 가파르게 성장해 2018년 5000억원을 돌파했지만 그 후로 답보 상태다. 아로나민을 넘어설 질적, 양적 성장을 위해 신약개발 R&D 비용을 늘리는 방향을 택하고 있는 이유다.

특히 윤 부회장 체제가 시작된 후부터 R&D 비용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장 영업적자가 커지더라도 미래를 위해선 연구개발에 투자해야한다는 기조다.

일동제약 연구개발비는 2016년 100억원대에서 2021년 96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0억원대 흑자에서 2021년 550억원의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2022년 3분기에도 500억원의 영업절자를 기록해 연간 적자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매출의 18%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쓰고 있는 점이 영업손실로 이어졌다"며 "그 외 코로나19 영향과 벨빅 품목제외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외부조달을 통한 R&D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2021년엔 회사의 첫 사모 CB 발행으로 연구개발비 목적 자금 1000억원을 확보했다.



◇당뇨·간질환 합성신약 임상1상…자회사 아이디언스와 공동개발하는 항암제 '기대'

아직 투자 회수를 꿈꾸기엔 연구개발 단계가 이른 점이 주목된다. 일동제약 파이프라인 중 임상개발이 가장 진전된 것은 당뇨와 간질환 치료제다. 둘 다 임상 1상 단계다.

비임상 단계 후속물질로는 P-CAB 제제, 안질환 치료제 등을 갖추고 있다. 일동제약의 유일한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은 황반변성 치료제로 2014년 연구를 시작해 현재 비임상 단계까지 와있다.

그 외 자회사 아이디언스와 PARP 저해 기전의 항암제 '베나다파립'을 공동개발 중이다. 위암 대상으로 임상 1b상을 한국·미국·중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베나다파립은 작년 8월 위암 대상으로 FDA 희귀의약품에 등재됐다. 희귀의약품 특성상 임상 2상이 끝나면 상업화가 가능한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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