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가려져서 그렇지 포스코그룹(포스코홀딩스 기준)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위상은 생산과 기술 부문 임원 못지않다.
2000년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뒤 CFO 자리를 거친 임원 총 8명이다. 모두 사내이사로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했다. 또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표이사직을 겸했다. 계열사 대표까지 고려하면 6명이 대표 자리를 경험했다. 포스코그룹에서 대표가 되는 하나의 확실한 길이 CFO인 셈이다.
지난 22년간 CFO는 김용운, 최광웅, 이동희, 최종태, 박기홍, 이영훈, 최정우(현 회장), 전중선(현직) 순으로 총 8명이다. 모두 CFO로 재직하면서 이사회에 참여했다. 포스코그룹처럼 이사회 한자리를 CFO에게 지속해서 할당하는 대기업은 흔치 않다. 그만큼 CFO 업무의 중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다.
맡은 업무 영역도 광범위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조정이 일부 있었지만 CFO는 본업인 재무와 회계뿐 아니라 기획, 투자, 법무, 구매 업무 등을 책임졌다. 대외협력 업무도 CFO의 몫이었다. 사실상 생산과 연구개발을 제외한 모든 백오피스 업무를 CFO에게 맡겼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한 자리를 늘 CFO가 차지한 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대표를 겸직한 CFO도 적지 않았다. 포스코그룹은 회장 외에 사장 가운데 최소한 한 사람이 추가로 대표를 맡는 구조다. 적어도 2명이 대표를 맡는다는 뜻이다. 대표가 4명인 시절도 있다. 2006년과 2007년이다.
역대 CFO 중 대표를 겸한 이는 이동희, 최종태, 박기홍, 최정우, 전중선 CFO 등 5명이다. 최정우 CFO는 잘 알려졌다시피 CFO로서도, 그리고 회장으로서도 대표에 선임된 사례다. 최 CFO는 최초의 CFO 출신 회장 겸 대표다. 포스코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굵직한 프로젝트를 완료했고 올해 5년째 그룹을 이끌고 있다.
계열사 대표까지 포함하면 CFO 출신 대표 숫자는 더 늘어난다. 이영훈 CFO는 2018년 사장 승진과 함께 포스코건설 대표에 선임됐다. 당시 기준으로 포스코건설은 포스코대우(현 포스코인터내셔널) 다음으로 몸집이 큰 계열사였다. 소위 말하는 한직(閑職)이 아니었다.
CFO로 재직하며 대표를 겸했던 이들이 훗날 계열사 대표로 이동한 사례도 있다. 2010년 이동희 CFO는 그해 포스코그룹으로 인수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초대 대표로 부회장 승진과 함께 선임됐다. 인수금액이 3조3700억여원일 정도로 그룹의 기대가 매우 큰 곳을 CFO 출신에 맡긴 것이다.
최종태 CFO는 2012년 부회장 승진과 함께 포스코경영연구소(포스리) 대표 자리로 이동했다. 박기홍 CFO도 2018년에 포스코에너지 신임 대표에 선임됐다. 포스코에너지는 당시 기준으로 세 번째로 몸집이 큰 계열사였다.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에너지 사업의 대표로 CFO 출신을 앉힌 것이다. 박 CFO는 과거 회장 후보로 꼽힐 만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종합하면 2018년 최정우 회장이 CFO 출신으로 첫 회장 자리에 올라오기 전에도 CFO 출신들은 다양한 곳에서 대표로 실력을 보였다. 이는 포스코그룹이 CFO에게 기본 업무인 재무·회계 외에도 경영관리 업무 전반을 맡기고 이사회 일원이라는 권한까지 줬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들은 CFO 자리에서 CEO 교육을 받고 있던 것이다.
현재 대표를 겸하고 있는 전중선 CFO도 재무 외에 전략, 철강, IR 등 다양한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올해 3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엔 신사업 발굴과 정체성 쇄신 등의 업무도 맡고 있다. 최 회장 다음으로 많은 보수를 받을 정도로 높은 대우도 받고 있다(올 상반기 기준 10억9400만원). 전 CFO가 최 회장에 이어 두 번째 'CFO 출신 회장'이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대부분의 CFO가 50대 중후반에 선임됐다. 조직 경험과 업무 경력이 충분한 이를 선임했다. 포스코그룹 CFO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는 고려대로 김용운(통계학과), 이동희(경영학과), 전중선(법학과) CFO 등 3명이 고려대 출신이다. 그 뒤를 2명씩 배출한 서울대와 중앙대가 이었다.